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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칸 영화제

송강호의 강박증 연기, 송중기의 강렬한 표정…칸이 반한 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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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6일 개막하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섹션에 '거미집'과 '화란',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받았다.

감독상('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과 남우주연상('브로커' 송강호)을 수상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한국영화는 없지만, 두 편의 영화가 공식섹션에 초청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거미집'은 비경쟁 부문에, '화란'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칸 영화제 주최측에 의해 예술성과 상업성을 함께 갖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두 영화는 모두 콘텐트리중앙(대표이사 홍정인)에서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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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영화 '거미집'의 한 장면. 배우 송강호(가운데)가 1970년대 악조건 속에서 영화를 완성하려 고군분투하는 감독 역을 맡았다. 사진 S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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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은 콘텐트리중앙에 속한 SLL의 레이블 앤솔로지 스튜디오가 만들었고, '화란'은 콘텐트리중앙 산하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 및 공동 제작을 맡았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한국영화를 비롯한 K-콘텐트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상황에서 칸 영화제 경쟁부문이냐 비경쟁부문이냐를 놓고 일희일비할 때는 지났다"면서 "'거미집'과 '화란', 두 편의 영화가 공식섹션에 초청받은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며, 시장에서도 두 작품을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미집'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 이어 세번째 칸 초청을 받았다. 주연을 맡은 송강호는 '괴물'(2006), '밀양'(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 '기생충'(2019), '비상선언'(2021), '브로커'(2022)에 이은 8번째 칸 초청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김 감독과 송강호가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함께 초청받은 건 1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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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거미집'의 포스터. 사진 S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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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은 1970년대 영화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걸작이 탄생할 것이란 강박에 빠진 감독(송강호)이 이틀 동안 추가 촬영을 강행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이 펼쳐진다. 검열 당국의 방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 등 악조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려 하는 사람들의 집념과 애정 또한 비중 있게 그려진다.

앤솔로지 스튜디오의 최재원 대표는 "유쾌함과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작품"이라며 "송강호 배우가 극중 영화감독처럼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잘 해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처음부터 관객과 함께 마음껏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비경쟁 부문에 초청 받길 원했으며, 유쾌한 오락영화로 침체된 한국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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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영화 '화란'의 한 장면. 노개런티로 출연한 배우 송중기(오른쪽)가 폭력조직 중간보스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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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김창훈 감독이 연출한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폭력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영화다.

노개런티로 출연한 송중기는 이 영화로 생애 첫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김창훈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2005)의 윤종빈 감독, '도희야'(2014)의 정주리 감독에 이어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의 초청을 받은 세 번째 감독이 됐다. 재능 있는 젊은 감독을 발굴하고 독창성과 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소개하는 이 부문에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 나홍진 감독의 '황해'(2010)도 초청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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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영화 '화란'의 포스터.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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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란'은 진흙탕 같은 밑바닥 현실에서 허우적대면서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막다른 길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돕기 위해 손을 내밀고, 어떻게든 희망의 빛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메시지를 수려한 연출로 담아냈다는 평가다. 가수 비비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서가 연규의 이복동생 하얀 역을 맡았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송중기 배우가 극의 중심을 잡으면서, 두 후배 배우(홍사빈, 김형서)를 서포트하는 역할을 잘 해냈다"면서 "영화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송중기의 강렬한 모습과 서늘한 표정을 볼 수 있는데, 연기 폭을 넓히는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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