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은 강남·강서·광진·동작·서초·종로구 등 6곳
서울시 내 구청 6곳이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서구청, 광진구청, 동작구청이 각각 지으려는 신청사의 조감도다. /각 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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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시가 소유한 대치동 세텍(SETEC) 부지에 강남구청 신(新)청사를 짓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남구는 1975년에 지은 삼성동 조달청 창고를 개조해 청사로 쓰고 있는데 세텍 부지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세텍 일대를 통합 개발하려는 서울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는 강서구청 신청사 착공식이 열렸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이다. 강서구는 이곳에 약 3100억원을 들여 신청사를 지을 계획이다. 2026년 완공이 목표다. 현 청사가 낡고 비좁다 보니 구청 부서들이 여섯 건물에 흩어져 있다. 일부 건물을 팔아 약 700억원을 신청사 건립 비용으로 쓸 계획이다.
◇6구(區), 30년 넘은 청사 이전 추진
요즘 서울 구청들 사이에서 신청사 바람이 불고 있다. 20일 현재 서울 시내 구청 6곳이 신청사 건립을 위해 뛰고 있다. 이 구청들 청사는 모두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 도시 전문가들은 “10년 전만 해도 ‘호화 청사’ 논란을 의식해 신청사 건립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요즘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주민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이유로 적극 추진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등에 따라 지역의 중심지가 이동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태우 강서구청장은 신청사 착공식에서 “(마곡지구에 들어설) 신청사는 강서를 이끌 새 성장 동력이자 미래 도시의 랜드마크(도시의 상징 건축물)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화곡동에 있는 기존 청사는 46년 전인 1977년에 지었다. 당시 강서 지역은 연립주택이 집중한 화곡동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구 개발 시설이 들어선 마곡지구로 중심축이 바뀌었다. 강서구청이 마곡지구로 들어가는 이유다.
강남구가 이전하려는 세텍 인근도 최근 개발 소식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강남 지역 대표 단지인 은마아파트와 미도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세텍과 코원에너지, 동부도로사업소 부지를 묶어 ‘신(新)국제문화복합지구’로 통합 개발하는 내용의 용역을 시작했다. 총 14만㎡ 규모의 도시 개발 계획이다.
청사 이전 계획이 있는 6구 중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동작구다. 연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공정률은 26% 정도다. 동작구는 노량진역 앞에 있는 청사를 상도동 영도시장 일대로 옮긴다. 장마철만 되면 가게가 물에 잠기고 공실률이 70%에 달했던 영도시장을 재개발해 신청사를 짓는 것이다. 낙후한 이 지역은 신청사가 들어오면 동작구의 새 중심지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는 양재역 네거리에 있는 현 청사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5300억원을 들여 9층짜리 구청을 34층 랜드마크 빌딩으로 만들 예정이다.
◇수천억 ‘건설 비용’이 숙제
구청마다 수천억원씩 드는 신청사 건설 비용이 늘 논란 거리다. 각 구청은 보통 신청사 건립 목적으로 적립한 기금에 서울시 지원금을 보태서 비용을 조달한다. 이 기금을 강남구는 2100억원, 서초구와 강서구는 1100억원씩 갖고 있다.
강남구는 현 청사 부지와 세텍 부지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부지 매입 비용을 절감한다고 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세텍 부지가 땅값이 더 비싸고 규모도 커 강남구가 돈을 보태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광진구는 동부지법과 동부지검이 있던 자양1재정비촉진구역을 재개발하면서 기부 채납 받는 건물로 신청사를 이전하기로 했고, 동작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영도시장 등 신청사 부지를 매입해 건축을 마치면 현 청사를 통째로 넘겨주는 ‘대물 변제’ 방식으로 비용을 조달할 계획이다. 광진구 관계자는 “총사업비 1700억원 중 700억원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키즈 카페, 도서관 있는 복합 청사로
여섯 구청 모두 신청사를 도서관, 키즈 카페 등 문화시설을 갖춘 복합 청사로 짓는다. 동작구청은 신청사 안에 상가를 조성해 기존 영도시장 상인들에게 우선 공급할 예정이다. 주상 복합 단지 안에 입주하는 광진구청은 영화관 등 편의 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현 청사가 있는 지역 주민과 이전하는 지역 주민 간 찬반 논쟁이 뜨겁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강남구에 사는 이모(42)씨는 “구청이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변동하고, 주변 환경이 달라지는데 구민들 의견도 제대로 묻지 않고 추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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