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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아마존 드론 배송, 코미디였어? 최소 6명이 따라다니며 상황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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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박건형의 홀리테크] ‘베이조스의 꿈’ 왜 실패했을까

드론(무인기)은 한때 물류를 비롯한 모빌리티의 새로운 장을 열 킬러 콘텐츠로 각광받았습니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드론이 기존의 시스템을 대체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왜 드론 물류는 생각처럼 쉽지 않은 걸까요.

최근 외신들은 드론에 대한 기대가 왜 과도했는지, 야심 찬 미래 사업이었던 드론 프로젝트가 왜 망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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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같은 아마존 드론 배송

기술 전문 매체 와이어드 기자들은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 록퍼드에 있는 주택에서 아마존의 드론이 물건을 배송하는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연방항공국(FAA)과 아마존 엔지니어, 홍보담당 직원, 아마존의 드론 회사인 프라임 에어의 수석 조종사 짐 멀린을 포함해 현장에는 40여 명의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와이어드는 이날 행사가 거의 코미디였다고 전합니다. 아마존 ‘MK27-2′ 드론은 소프트웨어 문제로 부팅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른 드론을 이륙시켰습니다. 드론은 목적지인 주택의 뒷마당에 도달하기 전에 이륙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점검해 보니 드론이 배송 지점을 확인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뒷마당에 설치해 놓은 QR코드 마커가 원래 위치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와이어드는 “실패한 배송을 본 FAA 관계자들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아마존 간부들은 화를 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장면은 드론 사업과 관련된 규제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상황이었습니다. QR코드가 제자리에 있지 않은 것 같은 돌발적인 상황에서 드론이 무리한 배달을 강행하는 대신 포기하는 ‘안전’을 우선시한 것이 FAA 관계자들을 만족하게 한 것입니다.

10년째 완성되지 않은 꿈

이날 아마존의 드론이 카드 게임 하나를 완벽하게 배송하기까지 3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드론 배송의 목적이 멀리 떨어진 곳에 신속하게 상품을 배송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완전히 실패한 실험인 셈입니다. 실제로 현장에 있던 아마존 직원은 와이어드에 “우리는 거의 매일 실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가 드론을 처음 거론한 것은 2013년 11월이었습니다. 그는 CBS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에 출연해 “아마존 제품의 85%를 차지하는 5파운드(약 2.27kg) 미만의 상품 패키지를 4~5년 이내에 드론으로 고객에게 배송하겠다”고 했습니다. 베이조스와 아마존의 목표는 느리고 천천히 진행됐습니다. 아마존은 드론 배송을 시험하기 위해 미국 내에 두 곳의 테스트베드를 만들었습니다. 록퍼드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이곳은 전반적으로 평평한 지형에 공항이 인근에 있고, 날씨가 건조해 드론이 기후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곳에서 드론 배송을 신청해도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마당이 충분한 여유 공간이 있어야 하고 나무나 전선이 없어야 합니다. 또 드론 상품을 내려놓을 별도의 공간도 필요합니다. 편리함을 위해 드론 배송을 하려고 하는데 신청이 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드론이 홀로 배송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몇 대의 아마존 프라임 픽업 트럭이 항상 드론 배송을 따라 다닙니다. FAA는 감시가 없는 드론 배송을 허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관찰자들은 드론을 따라 다니며 주변을 지나다니는 개, 어린이 같은 상황을 드론 조종사에게 끊임없이 전달합니다. 한 번의 배송을 위해 최소 6명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FAA는 도로를 따라 비행하는 것도 금지했고, 발전소 같은 주요 시설 상공도 지날 수 없게 했습니다. 번거로움은 결국 이용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더 버지는 “두 곳의 테스트베드에서 첫 배송을 시작한 지 약 한 달 동안 실제 배송된 건수는 10건 미만이었다”고 했습니다.

조선일보

전략적 판단 실패

2020년 프라임 에어 부사장으로 임명된 보잉 출신 데이비드 카본은 2022년까지 1만2000회의 시험 테스트 비행과 1300명의 고객을 모집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목표는 어디까지나 목표에 그쳤습니다. CNBC는 카본의 장담에 대해 “비합리적인 자신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테크 업계에서는 아마존의 드론 배송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것을 전략적 판단 실패로 평가합니다. 우선 아마존의 드론은 다른 회사의 배송용 드론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무겁습니다. 비행의 안정성은 뛰어나지만 추락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위험이 훨씬 크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FAA는 다른 어떤 회사보다도 아마존에 강력한 안전 지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FAA 입장에서는 드론이 사업의 전부인 다른 스타트업과 달리 아마존에 대해서는 원하는 만큼, 필요한 만큼 충분한 요구를 해도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리한 요구를 해도 아마존이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존의 드론 사업이 정체된 것만으로 드론 배송의 전망이 어둡다고 단정하기는 힘듭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드론 배송 자회사 윙(Wing)은 현재 버지니아, 텍사스 같은 미국 지역은 물론 핀란드, 아일랜드, 호주에서 배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윙은 전 세계적으로 30만건 이상의 상업 배송을 완료했습니다. 아마존의 최대 경쟁 상대인 월마트 역시 드론 배송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드론업, 집라인 같은 드론 업체들과 제휴해 지난해에만 6000건 이상의 유료 배송을 실시했습니다. 가장 많이 배송된 제품은 아이스크림, 레몬, 로티세리 치킨, 레드불 등의 순입니다. 다만 이 기업들 역시 상용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아마존과 같은 규제 장벽에 막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누가 안전성을 확실하게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상업용 드론은 연평균 34.5% 성장해 2028년에는 1670억달러(약 22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과거 자동차가 길에 나서면 앞뒤로 여러 명이 달라 붙어서 깃발을 흔들며 사람과 말을 통제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자동차 성능이 개선되고 도로와 교통 규제가 보완된 뒤에야 본격적인 자동차 시대가 열렸습니다. 드론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언젠가는 드론 배송이 아니라 플라잉택시도 분명히 등장할 겁니다.

[박건형 테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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