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수 46만명 증가에도 20대 취업자 수는 5개월째 감소
20대 취준생들 “급한 취업보다 좋은 일자리 구하는 게 낫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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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두헌·김영철·박혜원 기자]“현실적으로 점차 조건을 낮춰 타협하는 부분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원하는 직무와 연봉이 있기에 아무데나 들어갈 수는 없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최모(29)씨는 말이다. 스타트업에서 AI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다가 작년 초부터 다시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는 그는 “내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에 들어갈 때까지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46만명 증가하는 등 고용시장에 반짝 훈풍이 돌았지만 20대 취업자 수는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20대 취업준비생들은 낮은 처우와 열악한 근무환경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들이 원하는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며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헤럴드경제가 인터뷰한 20대 취업 준비생들은 처우나 근무환경이 좋지 않은 일자리에 취직할 바에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원하는 일자리에 도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소재 대학원생 강모(28)씨는 “재작년 졸업하면서 출판계 등 문과 전공생이 갈 수 있는 일자리가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연봉 2000만원대로, 등록금 수천만원 낸 걸 생각하니 도저히 억울해서 대학원에 진학했다”며 “급하게 취업할 바에야 학력을 더 쌓아 좋은 일자리 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 4학년생 최모(25)씨는 “올 상반기 대기업 공채가 줄고 수시 채용이 많아져서 신입은 사실상 들어가기 어려워졌다”며 “중소기업 쪽으로 눈을 돌려도 봤지만 열악한 연봉이나 근무환경 고려하면 차마 지원하기 어려웠다. 첫 직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괜히 입사했다가 시간만 날릴 것 같다”고 했다.
최씨는 “학교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중소기업에 갔다가 그만둔 사례가 많다. 적어도 중견기업으로 취업하고 싶다”고 했다.
실제 중소기업에 다니다 퇴사했다는 박모(24)씨는 “어릴 때부터 진로 고민이 많아 특성화고로 진학해 무대조명을 전공하고 졸업 뒤 관련 중소기업에 바로 취업했는데 임금도 낮고 일을 밤낮없이 해야해 결국 퇴사했다”며 “재작년에 수도권 대학 공대에 늦깎이로 입학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임모(28)씨는 스타트업에서 야근에 시달리다 퇴직한 뒤 아예 취업을 포기한 상태다. 임씨는 “작년에 한 스타트업에 취업해 4개월 정도 일하다가 그만뒀다. 눈을 낮춰서 취업한 건데 잦은 야근 등 근무환경이 생각보다 더 열악했다”며 “퇴직한 뒤 별도의 정규직 구직 활동은 않고 간간히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다. 정부가 근로시간 관리를 철저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취업을 포기하고 전문직 준비로 선회하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경기 하남시에 사는 박모(29)씨는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취업준비를 시작해서 채용형 인턴 2차례 하고 200곳 넘게 지원했는데 탈락해 올해부터 전문직 시험으로 진로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일자리 미스매치 극복을 위해 대기업·중견기업 투자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달 고용통계에서 취업자 수가 늘어난 건 60대가 주력이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일자리는 안나오고 있다”며 “청년들을 위해서는 결국 큰 사업장에서 일자리가 생겨야 하는 만큼 실물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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