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1만명 수용 예배당에 19명 모인 적도… 4년 만에 마스크 없는 부활절 기대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활절 특별 인터뷰]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올해 부활절(4월 9일)은 비로소 마스크 없이 대면 예배로 드릴 수 있게 됐다. 4년 만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일상을 바꿔놓았다. 거리 두기 단계가 바뀔 때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은 국내외 언론의 시선이 쏠리곤 했다. 57만명 교인의 세계 최대 교회에 한때 19명만 참석하는 예배가 열리기도 했다. 예배는 비대면과 대면을 오갔지만 매년 예산의 3분의 1을 구제와 선교에 사용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어려운 이웃 돕기는 멈추지 않았다. 쪽방촌에 생필품을 담은 희망 박스를 전했고, 국내 이주 외국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글로벌엘림재단도 발족해 활동하고 있다. 올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을 맡아 개신교계 사회 섬김을 이끄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를 만나 올해 부활절을 맞는 마음과 소망을 들었다. 이 목사는 “어두운 겨울에서 벗어나 희망의 봄을 맞이하는 부활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부활절은 3년 만에 대면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성전에 예배 필수 인원 19명만 모여 예배를 드린 적도 있습니다. 텅 빈 예배당에서 허공을 향해 말씀을 선포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힘든 시기를 지나 이제 대성전에 가득 모여 예배를 드릴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 부활절엔 ‘생명, 회복, 희망’을 생각하게 됩니다.”

-코로나 팬데믹 3년은 우리 사회에 어떤 교훈을 남겼다고 생각하십니까.

“부정적인 면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개신 교회로 본다면 그동안 일상적·습관적으로 행해온 예배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세상에는 항상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팬데믹에서 벗어난 것을 계기로 이제 미래의 밝은 부분을 많이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과거의 어두운 면을 강조하면 편 가르기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과거 회귀적인 모습에서 미래 지향적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부활이 죽음에서 생명으로 나아가는 의미이듯,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겨울에 머물러 있지 말고 이미 시작된 희망의 봄을 보아야 합니다.”

조선일보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부활절 기념 인터뷰에서 “코로나를 벗어나고 맞는 올해 부활절에는 온 국민 마음에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남강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예산의 3분의 1을 구제 사업에 쓰고 있습니다. 교회가 구제 사업에 나서는 정신은 무엇입니까.

“구제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자 사랑 실천의 핵심입니다. 우리 교회는 2014년부터 예산의 3분의 1을 구제와 선교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복지 제도가 많이 갖춰졌지만 아직도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가령 자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서류상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교회는 그런 사각지대를 챙기려 합니다. 저는 구제 사업이 비단 개신 교회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넘어서 어려운 분들이 ‘사회와 종교가 우리를 잊지 않고 보듬어주는구나’ 하는 그런 뜻이 전달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구제 사업은 교회의 본질입니다. 초대 교회에 보면 딴 거 없었습니다. 모여서 같이 말씀 공부하고 같이 교제하고 구제하는 게 전부였거든요. 초대 교회는 가난한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빈부를 떠나 가진 것을 모두 내놓았으니까요. 공산주의는 왜 실패했을까요. 초대 교회는 신앙심으로 자발적으로 나눴지만 공산주의는 강제로 빼앗아서 나누려 했기 때문입니다. 구제는 사랑의 실천이고 섬김이라는 점에서 교회의 본질입니다.”

-대학생 시절 난지도 철거민촌에서 봉사 활동을 한 경험이 있으시지요.

“저는 그때 봉사 활동을 하면서 빈곤층에 대한 섬김이 얼마나 절실한지 깊이 깨달았습니다. 저는 담임목사로서 7~8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은 어려운 성도님을 심방(尋訪)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찾은 분은 영등포역 근처 2평짜리 방에 혼자 사는 할머니였어요. ‘어떻게 사시냐’고 여쭸더니 폐지를 모아서 하루 5000원씩, 한 달에 10만원을 버신다고 해요. 그렇게 모은 돈을 아껴서 생활하시고 주일날 교회 헌금하신답니다. 우리 교회가 세계 최대라고 하니 부자들이 많은 줄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성도님 대부분은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 신앙 생활하고 헌금하는 분들입니다. 그 말씀 듣고 교회에서 하던 폐지 수집은 그만뒀습니다. 그동안엔 폐지와 폐품을 모아 심장병 어린이 수술 도왔거든요. 그렇게 귀한 헌금을 어려운 분들과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선거 때면 대권 주자들이 교회를 찾아옵니다. 저는 그분들께 ‘쪽방촌을 가보시라’고 권합니다. 그렇게 부탁을 해도 선뜻 ‘네’ 하는 분이 드물어요. 쪽방촌이 서울역 근처에 400가구, 종로 3가 쪽에 400가구 정도 있다고 해요. 정치인 입장에선 800표 때문에 쪽방촌 가는 것보다는 사람들 많이 모이는 데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외국인의 국내 정착을 지원하는 글로벌엘림재단도 설립했습니다.

“지금은 다문화 시대로 국내 거주 외국인이 220만~230만명이 된다고 해요. 식당, 요양원, 건설 현장과 중소기업 등은 이분들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유학생도 많고요. 불법 체류자도 40만~50만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불법 체류자의 자녀는 서류상으로는 ‘투명 인간’입니다. 등록을 할 수 없으니까요. 이런 분들이 기본적인 의료와 교육 혜택은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개신교에서는 부활절을 성탄절보다 더 중요시하기도 합니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성탄절이 시작이라면 부활절은 완성입니다. 인간은 죽음에 대한 절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한 번에 해결한 사건이 부활절 사건입니다. 죄와 사망에서 우리를 해방시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처절한 고통을 당하고 죄의 문제를 해결해주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측량할 수 없는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뛰어넘는 부활을 봤기 때문에 기독교가 지금까지 유지된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어떤 뜻입니까.

“이웃의 고난을 짊어지는 사람이 돼라는 의미입니다. 십자가는 희생입니다. ‘낮아짐, 섬김, 희생.’ 저는 예수님의 삶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사람들은 더 높아지려 하고, 대접받으려 하고, 영광받으려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정반대의 삶을 보여주셨습니다. 소금이 녹아서 자기 사명을 다하듯이 우리가 낮아지고 섬기며 희생하면서 절망에 처한 사람들과 함께 울어주고 아픔에 동참하고 용기와 희망을 준다면 많은 문제가 극복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수님을 닮는다는 것은 낮아지고 섬기고 희생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지도자들이 그런 삶의 본을 보이면 좋겠습니다.”

-올해 부활절을 맞아 마음에 새기는 성경 말씀이 있으신지요.

“요한복음 말씀입니다. ‘예수께서 또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두려워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평안을 주신 말씀입니다. 팬데믹 후 처음 맞는 이번 부활절에는 온 국민의 마음속에 평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