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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재생에너지 확대 위해 경매제 도입·정부주도 입지 개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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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사회적 합의 위한 에너지 정의 포럼

재생에너지 확대·RE100 활성화 토론


한겨레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도하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 정의 포럼’에서 개최한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확대와 아르이(RE)100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조영탁 한밭대 교수의 사회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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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구현을 위한 핵심 수단이다. 기업들도 아르이(RE)100 캠페인(기업이 늦어도 2050년까지는 사용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의 확산, 탄소장벽 강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로 인해 재생에너지 확보가 발등의 불이 됐다. 기후위기 시대에 산업과 기업 경쟁력은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많이, 값싸게 확보할 수 있느냐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보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미흡하고, 가격마저 비싸다. 기후위기 극복과 RE100 이행을 위해 재생에너지 해법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도하는 ‘제3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 정의 포럼’이 개최한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확대와 RE100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에너지 전문가와 학계, 시민환경단체, 경제계는 재생에너지의 비용 효율적인 확대방안으로 경매제도 도입과 정부주도의 입지개발·공급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조상민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RE100 확산과 이행을 위한 과제’로 주제발표를 했다. 종합토론에는 조영탁 한밭대 교수(전 전력거래소 이사장)를 좌장으로 윤재호 한국에너지공대 교수,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홍수정 아모레퍼시픽 환경전략팀장, 박영욱 에스케이이앤에스 재생에너지 전략팀장,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정책총괄팀장이 참여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도하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 정의 포럼’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진영·이념 등 정치적 논리에서 벗어나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출범했고, 지금까지 전력요금 정책, 사용후핵연료 해법에 관해 두차례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값비싸고 부족한 재생에너지 현실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21년 기준 28.3%에 이른다. 신규 발전설비 용량 기준으로는 84%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도 2020년 평균 27.3%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5.7%로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2012년 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도입한 이후 10년 동안 신규설비 보급 실적이 발전차액지원제(FiT)를 시행한 그 직전 10년 동안보다 26배 이상 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재생에너지가 태양광에 지나치게 편중된 것도 문제다. 2021년 기준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에서 태양광이 93%를 차지한다. 사회적·환경비용까지 포함한 균등화발전원가(LCOE)도 낮아지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해외 주요 국가보다 너무 비싸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국내 재생에너지 균등화발전원가는 2021년 하반기 기준 MWh당 태양광 117달러, 육상풍력 123달러로, 전세계 평균인 태양광 43달러, 육상풍력 43달러의 3배 수준이다. 국내 기업들은 RE100 이행에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약 120원/kWh)에 비해 10~50원 정도 추가부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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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1:경매제도 도입


조상민 연구위원과 이상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비용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으로 경매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조 연구위원은 “경매제를 통해 재생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 기업의 도입비용이 최소화해 RE100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장기계약을 통해 발전사업자의 수익 안정성이 보장되어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 교수도 “경매 정책을 도입해 적절한 가격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재생에너지 단가 하락을 유인해야 한다”면서 “독일은 2015년부터 시범 경매를 시작했고, 일본도 경매제 도입으로 태양광 거래가격이 2017년 kWh당 19.6엔에서 2020년 11.20엔으로 43%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조영준 원장도 “재생에너지의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RE100 시장 경매제도 도입 등 전력시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뜻을 같이했다.

발전사가 한국전력에 전력을 팔 때 적용하는 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은 원가가 가장 비싼 에너지를 기준으로 정해지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가격이 급등한 가스에 좌우된다. 문제는 재생에너지의 정산가격도 RPS와 기업-발전사업자 간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SMP에 연동된 점이다. 이러다 보니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제로’인데도 가격이 비싸져 기업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또 기업들은 RE100 이행수단으로 PPA 방식을 가장 선호하지만,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굳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PPA에 참여할 유인이 작다. 선진국도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수단으로 RPS보다 경매제를 선호하는 추세이고, 실제 경매제 도입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가격하락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정책총괄팀장은 경매제 전면 도입에 신중론을 폈다. 그는 “국내 여건상 전면적으로 경매제를 도입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는 경쟁입찰이 미달해도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가진 발전사가 자체 건설 또는 외부 조달을 통해 국가의 보급목표 달성에 기여하지만, 전면적 경매도입 시에는 보급목표에 미달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태양광에 한정해 시행 중이던 고정가격 경쟁입찰제를 지난해부터 풍력까지 확대했다”면서 “풍력 분야 경쟁입찰제가 안착하면 태양광과 함께 정합성을 검토해 통합경쟁입찰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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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2:국가 주도 입지개발


조상민 연구위원과 이상준 교수는 두 번째 비용 효율적 재생에너지 확대방안으로 정부주도의 체계적인 입지개발을 제시했다. 조 연구위원은 “정부주도 입지개발을 통해 절차 간소화와 비용 최소화, 주민 수용성 확보, 송배전망 적기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우리나라가 민간주도의 비체계적인 개발로 입지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반해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대만 등은 정부 주도로 해상풍력 입지를 개발해 최장 20~35년간 장기계약을 맺고 송배전망 구축을 책임진다”고 소개했다. 이상준 교수도 “태양광 발전은 비싼 땅값이 큰 부담이 되는 만큼 국가 주도로 입지를 확보한 뒤 RE100 전용단지를 조성해서 PPA 계약을 맺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준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이 급성장하는데, 한국은 입지 발굴과 10개 부처에 걸쳐 29개 인허가를 받는데 7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어 2030년 보급목표인 12GW의 1%만 달성했을 정도로 성장이 부진하다”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의 ‘리파워 EU’처럼 정부주도 입지 발굴, 인허가 간소화, 주민수용성 문제 해결, 선제적인 계통망 확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도 “기업이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여러 복잡한 사안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와 공기업이 부지조성, 행정절차, 수용성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기업은 지분투자나 구매계약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 ’민관 공동 기업 PPA 원스톱 프로젝트‘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풍력 설비의 국산화율은 2021년 기준 31.5%에 그친다.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태양광의 추가 확대가 쉽지 않아 해상풍력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지만, 자칫 중국에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상민 연구위원은 “정부가 개발한 입지를 입찰방식으로 공급할 때 국내 공급망 계획, 경제기여도 등의 자격요건과 연계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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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윗줄 왼쪽부터 주제발표를 한 조상민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토론좌장인 조영탁 한밭대 교수, 토론자인 윤재호 에너지공대 교수,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아랫줄 왼쪽부터),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홍수정 아모레퍼시픽 환경전략팀장, 박영욱 에스케이이앤에스 재생에너지 전략팀장,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정책총괄팀장. 김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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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처럼 에너지 안보 관점 필요


윤재호 교수는 “RE100은 자발적인 캠페인에서 수출 규제 혹은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어, 탄소중립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세계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지원 정책의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유럽이 각각 IRA, 그린딜산업계획 등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및 자국 산업 확대를 꾀하는 것처럼 우리도 재생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활성화 전략으로 프랜드쇼어링(동맹국과 안정적 공급망 구축), 안정적인 내수시장 확대, 기술혁신형 중견기업 육성을 제시했다.

김태한 수석연구원도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정책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산업 및 일자리 정책으로 관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동의하면서 “국내 산업의 국제 경쟁력 증진 관점에서 보면 원전은 재생에너지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준 교수도 “기업들이 선호하는 직접PPA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의 자가발전과 지분투자에 대해서는 외국처럼 과감하게 세액공제를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영욱 팀장은 “PPA는 RE100 이행의 핵심 수단인데 실제 계약 사례가 4건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 활성화가 더딘 상태”라면서 “주민 참여 인센티브, RE100용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재판매 허용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100에 가입한 아모레퍼시픽의 홍수정 팀장은 “2021년 탄소중립을 포함한 ‘2030 아모레 뷰티플 약속’을 선언한데 이어 2022년 사용전력의 35%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RE100 달성 시점도 2030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겼다”면서 “경쟁기업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망사용료와 PPA 전용요금제(PPA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기업들이 부족한 전력을 한전으로부터 공급받을 때 적용받는 요금)는 수요기업의 의견을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장다울 전문위원은 “탄소중립 달성에 장벽이 많지만 기업들은 노력하면서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와 연계한 규제와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재앙을 막으려면 사회 여러 부문 중에서도 산업부문,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같이 온실가스 배출과 전력 사용이 많은 기업에 더 큰 책임을 부과하고,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규제와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반도체특별법으로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액에 세액공제 혜택을 줄 때 RE100 이행과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 하향 논란


윤석열 정부가 지난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기존 30.2%에서 21.6%로 낮추면서 논란이 뜨겁다.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탄소중립 의지가 없다면서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윤재호 교수는 “RE100을 고려한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에 정부의 목표치는 부족하다”면서 “산업 분야 등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윤 교수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연간 5GW 내외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도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건물, 영농, 수상 등 일체형 태양광에 기반한 분산전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한 수석연구원은 “기후위기시대의 산업경쟁력은 재생전력은 얼마나 많이, 빠르게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면서 “정부는 국내 산업 보호차원에서도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파격적으로 늘릴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다울 전문위원은 “현재 인류는 기후재앙 임계점인 1.5도까지 0.5도 남은 상태인데 한국은 연간 탄소배출 10위 등 기후위기 대응 성과가 최하위권”이라며 “한국을 포함해 책임이 큰 선진 산업국가는 탄소중립 달성 목표시한을 2050년이 아니라 2040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속기 노영준 보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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