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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무릎 꿇고 코트 벗어 5·18 희생자 묘비 닦은 전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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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씨(27)가 31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전씨는 희생자 묘비를 돌면서 비석 앞에 무릎을 꿇고 입고 온 코트를 벗어 몇 번씩 닦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를 뒤에서 지켜보던 유가족과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전씨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참배에 앞서 민주의문에 비치된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 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라고 적었고, 5·18 희생자들을 기리는 헌화와 분향을 했다.

전씨는 5·18 희생자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5·18 최초 사망자인 고 김경철 열사의 묘역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4학년 희생자인 고 전재수 군, 시신조차 찾지 못한 행방불명자와 이름 없는 무명 열사 묘역까지 돌았다.

조선일보

31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고 문재학 열사 묘역을 참배한 뒤 모친 김길자 씨에게 사과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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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1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고 문재학 열사 묘역을 참배한 뒤 모친 김길자 씨에게 사과하자 김길자씨가 전우원씨를 안아주고 있다. 2023. 3. 31 /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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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5·18 민주묘지관리소장이 참배를 안내했다. 김 소장은 묘지마다 사망 경위 등을 설명했다. 전씨는 묘비마다 무릎을 꿇고 비석과 영정 사진을 검은색 외투로 여러 차례 닦았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이 “옷으로 하지 마세요. 여기 있어요”라며 흰색 수건을 건넸지만 전씨는 받지 않았다.

고등학생 시민군 고(故) 문재학 열사의 모친 김길자 여사는 아들의 묘역 앞으로 전씨를 안내했다. 김 여사는 “여기 있는 우리 아들을 너희 할아버지가 죽였다 이 어린 학생이 무슨 죄가 있어서”라고 했다. 묘비를 향해서는 “재학아, 전두환 손자가 와서 사과한단다”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참배를 모두 마친 전씨에게 “여기까지 오는 데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겠나”라며 “앞으로 계속 묘역에 와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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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내 1묘역 고 김경철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2023.3.31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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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배를 마친 전씨는 “저 같은 죄인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이렇게 와서 (희생자를) 뵈니 저의 죄가 더 뚜렷이 보이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 (저희 가족의) 용서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계속 사죄드리겠다”고 했다. 전씨는 겉옷으로 묘비를 닦을 때의 심경을 묻는 데 대해서는 “제가 입던 옷 따위가 아니라 더 좋은 것으로 닦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고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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