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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돈도 없다' 고유가 덕에 버틴 러시아 경제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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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러시아의 루블 동전 뒤로 러시아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성 바실리 대성당이 보인다/AFPBBNews=뉴스1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한계에 맞닥뜨렸다는 진단이 나왔다. 서방의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징병으로 인해 기업들이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면서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출 감소, 노동시장 경색, 정부 지출 증가, 인플레이션 등으로 러시아 경제가 저성장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우선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의 가치는 지난해 11월 이후 달러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30만명 규모의 예비군 동원령이 내려지면서 젊은 층이 전선에 투입되거나 징집을 피해 러시아를 떠나 노동력 부족 현상도 심각하다. 러시아 가이다르경제정책연구소는 "러시아 산업은 1993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악의 노동력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은 신규 투자 감소로 이어졌다.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도 지출을 줄이고 있다. 러시아의 지난해 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6.7% 감소해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러시아 신차 판매는 전년보다 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러시아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건 '에너지'다. 러시아의 주요 수출 품목인 천연가스와 원유의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전쟁 초기 서방의 제재에도 공급 불안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러시아 정부는 그 덕을 봤다. 그러나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 국가들이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면서 가격은 점차 하락했다.

러시아 예산 수입의 절반에 달하던 에너지 세수가 감소한 반면 국가 지출이 크게 늘면서 러시아 정부 재정은 열악해지고 있다. 올 2월까지 러시아 정부의 재정 적자 규모는 340억달러(약 44조2000억원)에 달한다. 러시아에서 현금이 고갈되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러시아의 억만장자 기업인 올레크 데리파스카는 한 경제 콘퍼런스에서 "내년에는 경제에 도는 현금이 없을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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