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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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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독일 원전 찬반 격돌로 EU ‘재생 수소’ 목표 논의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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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원전 전력으로 만든 수소도 인정”

독일, “인정하면 재생에너지 투자 위축”

다른 회원국들도 둘로 나뉘어 합의 난항


한겨레

프랑스 서부 해안에 있는 프라망빌 원전 모습.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가 원전 전력을 이용해 만든 수소도 ‘재생 수소’ 생산 목표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탈원전을 추진하는 독일과 또 마찰을 빚고 있다. 프라망빌/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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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로 만든 수소를 ‘재생 수소’ 목표치에 포함시킬지를 놓고 프랑스 중심 진영과 독일 중심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2030년까지 유럽연합의 탄소 배출량을 55% 줄이기 위한 재생 연료 정책 수립에 차질이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27일(현지시각)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2030년까지 산업계가 사용하는 수소의 42%를 재생 에너지로 생산하게 하는 목표를 확정하는 협상(29일)을 앞두고 원전의 성격 규정으로 인해 둘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체코·헝가리·폴란드 등 9개국은 원전으로 생산된 이른바 ‘저탄소 수소’도 재생 수소 목표치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는 반면 독일·스페인·오스트리아·덴마크 등 7개국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전체 전력 생산의 70% 정도를 원전에 의존하는 프랑스는 유럽연합의 에너지 정책을 둘러싸고 올해 4월까지 탈핵을 마무리 지을 계획인 독일과 거듭 마찰을 빚어 왔다.

프랑스는 지난달 말 10개 유럽연합 회원국과 원전 산업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유럽연합에 원전에서 나오는 전력으로 만든 수소도 재생 연료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극단적 재생’에 집착하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유럽연합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원전 등 기존 전력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온 독일은 원전은 녹색 에너지가 아니라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독일 등 7개국은 지난 16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재생 에너지 촉진에 관한 규정이 저탄소 수소와 저탄소 연료 사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저탄소 에너지를 재생 에너지 목표에 포함시키면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이 약화되고 재생 에너지 투자도 늦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나라의 갈등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1년 11월9일 에너지의 해외 의존을 낮추기 위해 새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이후 노골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후 원전에 대한 투자도 ‘녹색 투자’로 인정할 것을 압박했고, 결국 지난해 7월6일 유럽연합의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됐다. 또 지난달 13일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재생 수소’를 규정하는 법 규정안을 마련하면서 프랑스의 기존 전력 체계에 의존해 생산된 수소도 이 규정에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해 다시 프랑스의 손을 들어줬다. 프랑스 <르몽드>는 유럽연합 전력 시장 개편과 관련된 법안 마련 과정에서도 두 나라가 다시 마찰을 빚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와중에 이탈리아 정부는 화석연료 개발에 대한 투자 중단 약속을 번복해, 유럽의 녹색 에너지 정책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이탈리아의 우파 연립 정부는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때 약속한 국제 화석연료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 중단 계획을 지난 주말 일방 철회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녹색 경제를 향한 길은 사회·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한다”며 “우리의 산업을 파괴하면서 환경을 도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 계획과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방침에도 반대하는 등 유럽연합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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