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마스크 제조업체 표정 극과 극…“폐업도 못해” “고급화 전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코로나 기간, 마스크 업체 1079% 폭증

마스크 가격은 4221원→634원 폭락

중소업체 “앞날 캄캄”, 대형업체 “사업 다각화”

한국마스크산업협회 “중소업체 정책적 배려 요청”


한겨레

지난 2020년 3월6일 오후 부산 사하구 마스크 제조업체 네오메드의 생산 기계가 멈춰 있다. 보건용 마스크 심장이라 불리는 MB 필터(멜트블로운) 재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2년 5개월 만에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면서 마스크 제조업계가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고급화 및 다각화 전략으로 활로를 뚫는 업체들도 있어 마스크 업계 안에서도 ‘양극화’ 조짐이 엿보인다.

23일 <한겨레>가 접촉한 중소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말 그대로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한다. 각종 원부자잿값이 오른 상황에서 수요는 줄고, 마스크 가격은 폭락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자료를 보면, 케이에프-94(KF-94) 마스크의 주간 온라인 평균 가격은 지난 2020년 2월 넷째주 4221원에서 이달 둘째주 634원으로 폭락했다. 식약처에 등록된 마스크 제조업체는 2022년 1월 1616개로, 코로나19가 본격 유행하기 전인 2020년 1월(137개)에 견줘 1079%가량 폭증했지만, 이달 기준 1463개로 줄어든 상태다. 마스크 업체를 운영하다 올해 초 폐업한 조동휘 한국마스크산업협회 이사는 “이미 망했는데도 신고조차 하지 못한 업체가 더 많다”며 “1000여 곳이 넘던 협회 회원사들도 현재는 300∼400여곳만 남았다”고 했다.

지난 2017년부터 충남 서천군에서 의약외품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변아무개(48)씨도 2020년 ‘코로나 특수’를 맞았다. 변씨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한해 매출이 전년보다 8배 이상 늘어난 81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고, 기계 36대를 쉬지 않고 돌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시작된 뒤 매출은 확 꺾였다. 변씨는 “지금은 한달 매출 1000만원 올리기도 힘들다”며 “마스크와 함께 생산하던 성인용 기저귀로 인력을 돌려 겨우 대출을 갚고 있지만, 고철값도 안 나오는 마스크 생산 기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원천기술을 가진 대형 업체들은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공중보건의식 등을 바탕으로 도약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마스크 매출이 30% 가까이 줄었지만, 마스크 필터 기술을 활용해 에어필터와 필터 샤워기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부문을 확장하며 국외 수출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에도 황사·미세먼지·독감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마스크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고급화 마스크를 출시하고, 공기청정기·샤워기 필터 등 신제품의 매출은 지속 상승할 전망”이라고 했다.

대형 업체와의 간극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소 업체들은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만큼 정책적 배려를 요청하고 있다. 변씨는 “우리 회사는 코로나 이전까지 성장세를 거듭해 수출까지 준비했었지만, 정부가 공적 마스크로 거래처를 다 끊어놓은 뒤 유통망 회복을 못 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마스크 업체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생각하지만, 정부가 증산해달라고 하면서 책임지겠다는 말을 듣고 그 돈을 다 설비에 투자한 상황”이라고 했다. 조동휘 이사는 “마스크 수출을 위해선 해외 당국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중소기업들은 여기에 접근할 능력도 여력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수출제한, 증산 등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만큼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무너지지 않고, 제2~3의 코로나 사태를 대비할 수 있도록 당국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진 첫날인 2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마스크 할인 판매하는 매장들이 보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대중교통과 마트·역사 내 약국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속보] 탈출한 얼룩말, 3시간 자유 끝…다시 동물원으로
▶▶꽃피는 봄,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마음 따뜻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