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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 때 숨어라… 10초 만에 방탄실로 변신한 美 교실 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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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국 앨리배마주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10초만에 '방탄실'을 만드는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ItsDeanBlundell 트위터


미국의 한 초등학교가 학생들을 총격범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10초 만에 만들 수 있는 ‘방탄실’을 도입했다.

16일(현지 시각) ABC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앨리배마주의 한 초등학교는 새 학기를 맞이해 개당 6만달러(약 7800만원)에 달하는 방탄실 2개를 설치했다. 이 방탄실은 평소에는 벽에 붙여 칠판 등으로 사용하다가 위기 상황이 되면 10초 만에 설치할 수 있는 구조로 제작됐다. 시연 영상을 보면, 여자 선생님이 벽 모서리 부분의 손잡이를 당기자 순식간에 벽면이 형성되며 새로운 방이 생긴다.

방탄실 내부에는 손잡이가 없다. 밖에서 누군가 문을 열어야만 나갈 수 있다. 총기 난사가 발생하고 있을 때, 학생들이 호기심에서라도 문을 열고 방탄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방탄실 벽면은 대부분의 총알이 뚫을 수 없는 구조로 제작됐다. 미 법무부 산하 국립사법연구소(NIJ)에서 방탄 레벨 3 인증을 받았다. NIJ에 따르면 최대로 견고한 방탄은 레벨 4로, 이 경우 철갑탄까지 막을 수 있다.

방탄실 제작 아이디어는 지난해 5월 미 전역에 충격을 안긴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나왔다. 당시 총격범 살바도르 라모스(18)는 초등학교에 들어가 교실 복도를 돌아다니며 AR-15 소총을 무차별적으로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19명의 학생과 2명의 교사가 숨졌다. 17명이 총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이 사건은 미국 학교 총기 난사 사건 가운데 2007년 버지니아공대 사건, 2012년 코네티컷주 샌디훅초등학교 사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냈다.

이번 방탄실 설치를 두고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은 “총격범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좋은 수단” “평소에 칠판으로 활용하다가 위기 상황에 손쉽게 펼쳐서 활용할 수 있어 효율적인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냈다. 다만 “개당 6만달러를 들여 방탄실을 설치하는 것보다 총기 규제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더 시급하다”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한편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한 비극이 반복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또 ‘레드 플래그법’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레드 플래그법은 위험하다고 판단된 사람의 총기를 일시적으로 압류할 수 있도록 한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연방 허가를 받은 총기 판매업자에게 압박을 가하고, 중범죄자나 가정폭력범 등 돌발 행동 위험이 높은 이들에게 총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신원조회를 확대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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