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8일 봉쇄가 풀린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커우 기차역 앞에서 마스크를 쓴 승객들이 역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우한/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정부 기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낸 데 이어, 주중 미국대사가 “중국이 솔직해야 한다”고 거들고 나섰다. 코로나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의 ‘아픈 손가락’을 미국이 거듭 자극하며 양국 갈등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27일 미국 상공회의소가 연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해 “우리는 코로나 위기의 ‘우한 기원설’과 관련해 3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중국이 더 솔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번스 대사의 이 발언은 세계보건기구(WHO)를 강화하는 것에 대한 발언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이 발언에 앞서 “만약 우리가 세계보건기구를 더 강화하려면, 중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번스 대사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연구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이른바 ‘연구소 유출설’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중국의 솔직한 태도를 요구함으로써 이에 대한 중국의 답변을 간접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잠잠했던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 논쟁이 다시 불붙은 것은 지난 26일이다. 이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에너지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연구소에서 최초로 유출됐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기밀 보고서를 백악관과 일부 의원들에게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기관 중 이제까지 결과를 내놓지 않던 에너지부가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는 새로운 정보를 반영했고, 에너지부가 첨단 생물학 연구소를 비롯한 미국 안팎의 기관들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 외교부는 “중국에 대한 먹칠과 코로나 기원 조사 문제의 정치화를 중지해야 한다”며 강력히 맞섰다. 마오닝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실험실 유출은 극히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국과 세계보건기구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우한의 관련 실험실을 현지 조사차 방문해 관련 연구 인원들과 심도 있는 소통을 바탕으로 얻은 권위 있는 과학적 결론”이라며 “국제 사회와 과학계의 광범위한 인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막대한 사상자를 내고 경제적 충격을 가하는 등 3년 동안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중국 당국은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퍼져나갔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연구소 유출설은 물론 자연 발생설도 부정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 외교부의 일부 관료는 2019년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에 의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연구소 유출설과 자연 발생설이 제기되는데, 더 많은 기관이 자연 발생설 쪽에 서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바이러스의 기원을 밝혀내라는 임무를 받은 미국의 8개 기관 중 4개 정보기관은 자연 발생설에 무게를 두고 있고, 미 에너지부 등 2곳은 연구소 유출설을 지지한다. 중앙정보국(CIA) 등 2개 기관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미국은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27일 브리핑에서 “현재 미국 정부 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발원했는지에 대한 일치된 의견은 없다”며 “확실한 결론이 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기관들, 그리고 다른 정부 기관들이 아직 이것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며, 미국인들에게 알릴 만한 정도로 정리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haojune@hani.co.kr
▶▶한겨레 네이버 구독! 최신 뉴스를 쏙쏙~
▶▶밤중 퇴근 새벽 출근…‘11시간 연속 휴식권’ 흔드는 윤 정부▶▶마음 따뜻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