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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K팝 개척한 SM, 이수만 ‘1인 경영’하다 성장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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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작곡가들과 집단 협업 등 세계 무대 통할 혁신 이뤘지만 연습생 불공정 계약 등 논란

SM엔터테인먼트는 단순히 산업적 측면에서만 ‘K팝 해외 진출의 종가(宗家)’가 아니다. 실은 음악적 측면에서도 SM의 숨은 공로는 적지 않다.

우선 1990년대 후반부터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북유럽 작곡가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서 음악적 감수성의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그 이전까지 한국 가요계에 만연했던 ‘뽕끼’(구슬픈 신파조의 노래들을 일컫는 속칭)를 걷어내고 세련된 팝 사운드로 변모시킨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미국 현지에서 파는 떡볶이에는 고추장 대신 간장을 쓰고, 익은 김치가 아니라 백김치를 파는 것처럼 당시 SM의 전략은 해외 수용자들이 느낄 수 있는 거부감을 최대한 지우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K팝 특유의 ‘다국적’ ‘무국적’ 전략의 원조에 해당하는 셈이다.

또한 작곡가 한두 명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작곡가·프로듀서들이 동시에 참여하는 ‘집단 창작’으로 작곡 방식도 변모했다. K팝의 해외 진출 이면에는 창작 방식의 세계화가 있었던 셈이다. 아울러 북유럽의 유려한 멜로디와 미국의 팝·록뿐 아니라 힙합과 전자댄스음악(EDM)까지 노래 한 곡에도 여러 장르가 뒤섞이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K팝의 음악적 역동성을 설명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음악적 혁신에도 불구하고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1인 경영 시스템’은 줄곧 SM엔터테인먼트의 발목을 잡았다. 초기부터 H.O.T.와 동방신기 같은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탈퇴와 소송이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연예인이나 연습생과 10년에 이르는 장기 전속 계약 체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예 계약’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한 최근 펀드 회사 얼라인파트너스가 “SM 주주에게 분배되어야 할 수익이 개인 회사(라이크기획)를 통해 창업자 이수만에게 흘러들어 갔다”고 문제 제기하면서 ‘황제 경영’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이 전 총괄 프로듀서와의 계약 종료를 발표하고 ‘이수만 없는 SM’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 전 프로듀서가 여기에 반발하면서 ‘SM 사태’가 촉발됐다. 대중음악 평론가 김도헌씨는 “K팝은 아티스트의 일거수일투족을 체계적으로 조율하고 대공장처럼 조립 생산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SM의 수많은 음반도 이수만의 손을 일일이 거칠 수밖에 없었다”면서 “세계 대중음악에서 전례 없는 스캔들로 비화한 것도 1인 경영의 입김 정도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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