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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동서남북] 냉·난방비 폭탄 막을 독립위원회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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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휘둘린 가스·전기요금

前정부 포퓰리즘 비난하더니

요금인상 속도조절 나선 정부

내년 총선… 가격 정상화 요원

1월분 난방비 폭탄 고지서가 속속 날아오고 있다. 전달보다 폭탄의 강도는 더 세졌다. 새해부터 또 오른 전기요금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조선일보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한 대중목욕탕에서 업주가 올해 1월과 지난해 1월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보여주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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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서로 남 탓하며 싸우지만 난방비 폭탄이 터진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수입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해 도매·소매 요금이 오른 탓이다. 여기에 정치가 끼어들면서 복잡해졌다. 국제 에너지 가격은 2021년부터 가파르게 올랐지만, 우리나라 소비자 가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참 덜 올랐다. 물가 안정, 서민 경제를 이유로 문재인 정부는 요금 인상을 차일피일 미뤘다. 지난 정부는 전기 생산 원가나 천연가스 도입 가격 변동 요인을 가격에 반영하도록 ‘연료비 연동제’를 만들어 놓고도 손바닥 뒤집듯 무시했다. 가스공사가 8차례 요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한전도 10차례 요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한 차례만 승인받았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은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인기 없는 공공요금 인상을 집권 시기에 억누르는 건 어느 정부에서나 마찬가지다. 선거 때 표를 의식한 폭탄 떠넘기기는 늘 있었지만, 특히 지난 정부에서는 “요금 인상은 없다”는 탈원전 도그마가 에너지 가격 정책을 더 꼬이게 했다.

결국 난방비 폭탄은 그동안 원가보다 싸게 가스를 사용하면서 미루고 미뤄온 빚을 한꺼번에 몰아 갚으라는 체납 청구서다.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국제 가격 흐름에 맞춰 원가를 제때 제대로 반영했다면 소비자들은 이에 맞춰 적응했을 테고,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었다.

지난 정부가 눌러 놓은 에너지 요금의 후폭풍은 끝이 아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난방비 논란은 잠잠해지겠지만, 올여름 전기 요금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전기 요금은 작년 10월 7%(가정용) 올랐고, 여기에 1월부터 9.5% 더 올랐다. 지난해 한전 적자는 30조원을 넘었고, 가스공사 미수금은 3월 말이면 12조원으로 불어난다. 세금을 투입하든 요금을 올리든 어쨌거나 우리가 갚아야 할 빚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한전·가스공사 누적 적자와 미수금 해소를 위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요금 현실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스케줄대로라면 올해 가스·전기 요금을 작년의 2~3배 올려야 한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오르는 공공요금을 짓누르는 인기 위주의 정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민에게 참아주십사 해야 할 것은 참아주십사 말씀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시장 원리에 기반해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 더 큰 폭탄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뇌관을 제거 안 할 수 없다”고 했다. 고통스럽더라도 에너지 요금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전기·가스 요금과 관련해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기는커녕 전 정부가 넘겨준 폭탄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난방비 폭탄의 빌미를 준 지난 정부를 향해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더니, 여론이 나빠지자 태도를 바꿨다. 상반기 에너지 요금 인상 속도를 조절한다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하반기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에너지 요금을 정상화할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 적자도 심각한 상황이다. 에너지를 덜 쓰는 수밖에 없다. 추경호 부총리는 16일 “강력한 에너지 절약 운동을 추진해 무역수지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절약 운동을 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에너지 요금 결정에 정치 바람이 타지 않도록 별도의 독립위원회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전수용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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