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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스토킹에 묻지마 폭행까지...정신질환자 ‘무방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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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서 ‘결박이송’ 정신질환자
심정지 증상으로 병원서 사망
제주선 외상후 스트레스 환자
돌덩이로 갑자기 행인 내려쳐
1인가구 늘며 곳곳 숨은 환자
국가 책임지고 관리자 늘려야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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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을 앓는 김 모 씨(37)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스토킹범죄 혐의로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받았다. 김 씨는 피해 여성과는 일면식도 없으며 카페를 이용했을 뿐이라 주장했지만 법원으로부터 피해 여성 반경 100m 접근금지 처분을 받았다.

김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행여 또 다른 범행에 휘말리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일일이 따라다니기도 힘들어 착잡하다”면서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조울증,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부의 보호시스템 부재 속에 이들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가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1인가구 증가 등 가정내 보호망이 느슨해지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이들에 대한 관리에 손을 놓을 경우 고(故)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과 안인득 방화 사건과 같이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말 제주도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으며 별도의 치료 없이 혼자 생활하던 20대 A씨가 지나가는 행인을 돌덩이로 내려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우울증 평가에서도 45점으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최근 경기 용인시에서는 “위층이 시끄럽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남성 B씨를 가족의 동의하에 병원으로 이송하다가 B씨가 심정지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병원 이송 과정에서 130㎏의 거구인 B씨가 발작을 일으키자 경찰관이 수갑을 채우고 몸을 잡는 등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보호시스템은 미비한 상황이다.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1’에 따르면 2021년 정신의료기관과 요양시설,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비롯한 지역사회에 등록된 정신질환자는 약 16만명이다. 이는 정부가 주민등록인구의 1%, 약 51만명으로 보는 중증정신질환자 수에 한참 못 미친다. 정신질환자는 망상, 환각,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조울증,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환자도 포함된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중증 증상도 개선되기 때문에 모든 환자가 등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등록이 되어야 하는 환자들이 안 되고 있다”면서 “방치된 분들한테 사고가 생기면 편견은 늘어나고 편견이 늘어나면 중증정신질환 환자는 숨게되는 악순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가가 정신질환자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한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비자의로 입원한 3만272건 중 행정입원은 4256건으로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행정입원은 자해나 타해를 끼칠 위험이 높은 정신질환자가 발견됐을 때 시장·구청장 등이 입원을 진행하는 것이다.

조순득 정신장애인가족협회장은 “보호의무자 2명에게만 정신질환자의 입·퇴원을 맡기고 있다”며 “병원에 입원해야하는지 아니면 약을 먹고 안정을 취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의사나 전문관리요원이 한 팀이 돼 찾아오는 서비스가 없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퇴원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역건강복지센터 차원의 관리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퇴원환자 3만7000여명 중 지역건강복지센터에는 1만3000여명의 퇴원 통보만 이뤄졌다. 퇴원후 2개월 내 재입원하는 환자의 비율이 4분의 1에 달하지만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신규로 등록하는 경우는 721건에 그쳤다. 입원이나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환자에게 필요한 경우 강제적으로 치료하는 ‘외래치료지원제’도 2021년 28건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지역내 정신질환자를 담당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 사례관리자 수도 해외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례관리자는 집중 관리의 경우 1주일에 한번, 유지 개입의 경우 한달에 한번 환자를 찾아간다. 그러나 사례관리자가 담당하는 1인당 평균등록 정신질환자수는 현재 26명으로 미국이나 호주 등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상황이다. 백 교수는 “호주나 미국 같은 경우 적극적인 지역사회 치료로 거의 매일 환자를 찾아가고 상태를 살피는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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