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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피해자·가족들, 정부에 정신적 손해배상소송 또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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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80년 15월20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광주시민과 택시기사들이 가두행진을 하며 계엄군에게 맞서고 있다.5·18기념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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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택시기사로 일했던 이행기(72) 민주기사위원회장은 5·18 당시 차량시위를 하다 계엄군에게 맞아 척추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간신히 도망친 그는 폭도로 몰릴까 두려워 병원을 찾아갈 엄두를 못냈는데, 결국 장애로 이어져 운전을 그만뒀다.

5·18 당시 육남매의 엄마였던 강해중(89)씨는 자녀 셋을 데리고 전남 화순 친정으로 피난을 가다 광주 동구 주남마을 인근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았다. 자녀들은 무사했지만 강씨는 두 눈이 멀어 평생 시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 회장과 강씨 등 계엄군 폭력으로 고통을 받아온 5·18 피해자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또 이겼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임태혁)는 “5·18 국가폭력 피해자 63명과 유족 3명에게 국가가 500만∼1억원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원고들은 5·18 당시 시위에 참여했다가 계엄군의 사격이나 폭행으로 다친 이들로, 1990년 제정된 5·18보상법에 의해 보상금을 받았지만 우울증이나 트라우마 등 정신적 피해 후유증을 호소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에 의해 헌정질서 파괴범죄가 자행되는 과정에서 원고들이 불법 체포를 당하거나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정부는 이미 지급한 위로금을 이번 소송 위자료 액수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가는 공권력을 남용한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원고의 육체적·정신적 고통, 국가의 인권침해행위를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있는 점, 40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 배상이 지연되며 변동한 통화가치 등을 반영해 위자료를 책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5·18보상법에 의한 보상금은 신체적 피해에 대한 지원일 뿐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은 아니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후 국가를 상대로 한 5·18 유공자들의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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