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25일 임신중지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주립 도서관 앞을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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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봄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임신중지권 보장 폐기에 관한 판결문 초안 유출 사건을 지난 8개월 동안 철저히 조사했지만 결국 누구 짓인지 특정해내지 못했다.
19일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 수사팀은 이날 사건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판결문 초안을 누가 어떤 경로로 유출했는지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현재까지 압도적 증거에 의해 책임질 사람을 식별할 수 없었다. 살펴볼 데이터 등이 남아있어 향후 조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5월2일 판결문 초안이 유출된 뒤 연방대법원이 유출자를 찾아 내기 위해 지난 8개월 간 직원 97명을 126차례 대면 조사 결과를 묶은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법원의 컴퓨터, 네트워크, 프린터, 통화·문자 기록을 조사한 뒤 “법원 밖에 있는 사람이 법원 정보기술(IT) 시스템에 부적절하게 접근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결론 냈다. 그렇다면 내부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지만, 조사관들이 직원과 기자와 관계까지도 면밀히 조사한 뒤에도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연방대법원은 법원 내부 관행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을 인정했다. 연방대법원은 “가령 초안이 대법원 건물 안팎의 공공장소에 방치돼 부주의하게 의견이 공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과 재택근무 전환으로 법원의 민감한 정보가 공개될 위험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대법원의 정보 보안 정책이 옛날 방식이며, 어떤 경우에는 직원들이 자신의 배우자에게 기밀 정보를 공개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해 5월2일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폭넓게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내용의 의견서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연방대법원 판결문이 대중에게 사전 유출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어서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초안이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의견서 진본이긴 하지만 최종안은 아니라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다음달인 6월24일 초안과 같은 결론의 판결문이 공개됐다. 이후 지금까지 임신중지권을 둘러싼 미국 사회 전체는 뜨거운 논쟁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유출사건 직후 “중대한 위반 사항”이라며 대대적 조사를 지시했던 로버츠 대법원장은 한때 연방 판사였던 마이클 처토프 전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이번 조사를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처토프 전 장관은 법원을 통해 발표된 성명에서 “철저한 조사였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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