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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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지난 15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항소심 등 향후 재판의 속도와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6개월 안에 확정 판결?
선거법 270조에선 선거범과 공범 재판 1심은 기소 뒤 6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6·3·3 규정’이다. 선거 관련 분쟁을 빠르게 해소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 이의 자격을 박탈해야 할 필요가 있기에 도입된 조항이지만 강행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사실상 사문화한 상태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도 2022년 9월 기소된 뒤 2년2개월 만에야 1심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전반적인 재판 지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선거법에 명문화된 6·3·3법을 법관이 훈시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법 해석이다. 문언대로 ‘강행규정’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도 지난 9월 전국 법원에 “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 강행규정 기한을 지켜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서는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은 늦어도 내년 중에는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미 1심에서 광범위한 증인신문이 이뤄졌고, 조 대법원장이 법 준수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어 6·3·3 규정에 준하게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항소심에서 결론 바뀔까
이 대표가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급심에서 전무 무죄가 나거나 벌금 100만원 미만의 형을 선고받아야 한다. 이를 위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7월 1심과 양형 조건의 변화가 없고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 안에 있다면 항소심이 이를 쉽게 파기해서는 안 된다는 판례를 남겼다. 1심의 양형 판단을 항소심이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표가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은 양형기준에 부합하는 형량이다. 선거법 양형기준을 보면 ‘당선목적 허위사실 공표’는 징역 10개월 이하 또는 벌금 200만~800만원이다. 여기에 허위사실이 “매우 중요한 판단 사항에 관계”되거나 “전파성이 매우 높은” 가중요소가 있으면 징역 8개월~2년, 벌금 500만~1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선거법 위반 1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발언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 이하의 형량을 받아내려면 감경요소(벌금 70만~300만원)를 적용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번 사건에서 이 대표의 감경요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양형기준에 영향을 미치는 감경요소(특별양형인자) 중 이 대표에게 적용 가능한 항목은 “허위사실 공표 정도가 약한 경우”뿐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범행 내용이)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 “범행의 죄책과 범정(범죄 정황)이 상당히 무겁다”고 적시하며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전례가 흔치 않은 징역형을 선고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형 유지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당선무효형을 피하려면 무죄밖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선거 시기 후보 발언에 중형을 선고하는 것은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며 이 대표는 낙선자 신분”이라며 “가능성은 적지만 재판부 판단에 따라 당선무효형 이하가 선고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살렸던 대법 판례 있었지만
항소심의 가장 큰 쟁점은 1심 유죄 근거가 된 허위사실 유포의 목적과 즉흥성 여부 등이 될 전망이다. 이번에 유죄가 인정된 발언은 이 대표가 2021년 10월20일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4단계 종상향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에) 응한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다. 법원은 당시 용도 변경이 성남시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고 이 발언을 허위로 봤다. 이어 이 대표가 국감 전후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의 기회”라고 발언한 점 등을 들어 이런 허위발언이 선거법에서 처벌하는 ‘당선 목적’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이 대표가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맞춰서 미리 준비한 팻말까지 들고 발언했으므로 즉흥적 답변도 아니라고 보았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로 입원시킬 때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고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0년 7월 ‘토론회는 제한된 시간에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판례를 바꾸면서 무죄 판단을 내놓았고, 이 대표는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발언은 사전 준비 정황이 뚜렷해 즉흥적 답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후보자 토론회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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