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사이 (경기 침체) 전환점 보이지 않아"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2015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윤석열 정부의 다주택자 종부세 경감 정책을 "졸속 중의 졸속"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시경제학과 재정학 분야의 국내 전문가로 알려진 이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을 2006년부터 시대별로 평가하는 내용을 담은 '누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교수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재인 정부 말기까지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는데 현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 장치를 계속 풀어나가면서 핵심적인 것까지 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부동산 투기 억제 장치의 핵심은 종부세 중과 및 임대사업자 등록제 폐지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이를 풀어나가는 윤석열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문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을 높였다기보다는 공시지가가 현실의 시가와의 갭이 줄어들면서 과세 대상이 아니었던 1주택자가 과세 대상에 편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주택자에 대해서 종부세를 더 무겁게 부과하는 것은 반대"라면서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지금 하는 건 1주택자의 문제를 들어서 종부세 전체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고 풀어야 집값이 안정된다는 취지다.
그는 또, 임대사업자의 등록제 폐지로 '빌라왕' 같은 문제들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사업자 등록자에 한해서 그 사람들에게는 임대된 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가 전면 면제되니까, 한 푼도 내지 않으니까 (빌라왕처럼 수많은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라는 게 이 교수 평가다.
이 교수는 부동산 가격은 거시적으로 상승해 왔다고 설명하면서도 "집값이 이미 너무 높은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에 이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며 빠른 속도로 집값이 떨어지면 '경착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정부는 부동산 경착륙으로 우리 경제에 발생할 부담을 덜기 위해 집값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꺼질 때 부동산 가치의 총합 대 국내총생산(GDP) 비율은 5.4대 1이었는데 현재 한국은 5대 1 정도 수준이다. 그는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높은 수준에 이미 올라왔다는 것이고, 이를 우리 소득으로 지탱하기가 힘들 거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2~3년 사이에는 (경기 침체의) 전환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관측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술 혁신을 통한 투자 붐이 일어야 하는데 기술 혁신이 투자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산업혁명에 준하는 기술 혁신이 일어나야 되는데 근본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기술적인 혁신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