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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단체 임원, 계엄군 묘역 참배…일부 유공자 “사죄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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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황일봉 5·18부상자회장(맨앞) 등 5·18단체 임원단이 17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5·18 당시 계엄군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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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 임원들이 17일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5·18 당시 계엄군 묘역을 참배했다. 유혈 진압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계엄군 역시 5·18의 또 다른 피해자인만큼 5·18단체들이 먼저 화해의 물꼬를 트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또 다른 5·18 유공자들은 진압작전 참여자들의 진실 고백과 사죄 없이는 진정한 화해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황일봉 5·18부상자회 회장과 정성국 공로자회 회장, 홍순백 유족회 상임부회장 등 5·18단체 임원단은 이날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됐다가 숨진 계엄군과 경찰 묘역을 참배했다. 서울현충원에는 장교 3명(29묘역), 사병 20명(28묘역), 경찰 4명(8묘역)이 안장돼 있다. 이날 참배는 최익봉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 총재가 안내를 맡았고 전상부 특전사동지회장, 박지양 특전사동지회 사무총장 등이 동행했다. 5·18단체 임원단은 지난달 13일 옛 국군광주병원 터 청소 봉사를 함께 했던 계엄군 출신 시민으로부터 5·18 진압 군인들 역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말을 듣고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계엄군 묘역 참배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달 10일 특전사동지회 광주광역시지부장 등은 5·18단체 사무실을 방문해 감귤 20상자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참배를 바라보는 5·18 유공자들의 시선이 마냥 곱지는 않다. 회원들의 의견 수렴 없는 5·18단체 임원들만의 독자 행동이 전체 유족이나 피해자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이유다. 일부 유족회원들은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5·18 때 광주에 투입되지도 않았던 특전사동지회 임원들과 무슨 화해냐”며 “왜 우리들의 의견은 묻지 않고 화해와 용서라는 표현을 쓰느냐”고 비판했다고 한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가해자들이 먼저 사죄와 고백을 하고 각 5·18 피해자와 광주시민 의견을 물어 용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오월어머니들은 순서가 뒤바뀌고 성급하다는 생각에 이번 참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지현 5·18부상자동지회 초대 회장은 “화해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5·18단체 임원단의 뜻에는 찬성하나 시기와 방법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번 참배를 주도한 황일봉 부상자회 회장은 “일부 계엄군 출신들이 5·18단체 사무소를 방문해 사죄의 뜻을 밝혀 용서와 화합을 하자는 차원에서 참배를 결정했다. 지난 연말 각 단체장과 회원들 수백명이 모인 자리에서 참배 계획을 밝혔고 동의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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