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양천갑(당협위원장 조수진 의원) 당원대회가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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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의원의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경쟁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나 전 의원을 제외한 당권 후보들은 15일 조수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양천갑에서 열린 당원대회에 참석해 수도권 민심 확보에 주력했다.
전날 경북 구미에서 친윤계 의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출정식 행사를 치른 김기현 의원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뒤 오후 늦게 오세훈 서울시장과 ‘동동주 회동’을 가졌다. 오 시장이 술을 따르자 “너무 많이 따랐다. 한 잔 마시면 취하겠다”고 너스레를 떤 김 의원은 “이 식당 이름이 ‘잔치집’이어서 이름 그대로 우리 전당대회도 잔치집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다분히 기획된 성격이 강하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안철수 의원이 윤상현 의원과 ‘수도권 연대’를 띄우자 당내 수도권과 중도 표심의 상징성을 지닌 오 시장과의 연대를 뜻하는 ‘김오 연대’로 맞불을 놓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출신 ‘경제통’인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지난 13일 서울 지역 구청장들과 회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윤심(尹心)은 이제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부턴 표심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왼쪽)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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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표론’을 앞세운 안철수 의원은 주말 동안 서울 당협을 집중적으로 돌았다. 전날 광진갑·을, 영등포을 당협을 방문한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광진구는 광장동 재건축, 군자역세권 개발로 낙후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영등포구 또한 ‘서남권 신경제 중심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고는 “지금 우리 당에는 최전선에서 민주당과 맞서 싸울 ‘수도권 사령관’이 필요하다”며 “중도, 2030세대 지지에 힘입어 수도권 승리를 전국 승리로 퍼뜨릴 ‘확장성 있는 리더’를 선택해 달라”고 적었다. 안 의원도 최근 수도권 3선 의원 출신의 김영우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틈날 때마다 수도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 의원 역시 17일에 오 시장과 회동할 예정이다. 안 의원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 시장으로 후보 단일화를 한 뒤 함께 선거를 뛴 경험이 있다.
나 전 의원과 친윤계 사이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나 전 의원이 쏘아 올린 ‘진박 감별사’ 논란은 여권 전체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느냐”며 장제원 의원 등 친윤계 핵심을 직격했다. 차기 당권이 내년 4월 총선 공천과 직결되는 만큼 과거 친박계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를 공천하려다 벌어진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 논란이 친윤계를 중심으로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친윤계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당사자인 장 의원이 페이스북에 “저는 제2 진박 감별사 결코 될 생각이 없으니 나 전 의원도 ‘제2 유승민’이 되지 말길 바란다”고 썼다. 박수영·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 방송사 뉴스에서 나 전 의원의 고립무원 상황을 영화 ‘나 홀로 집에’에 빗대 ‘나(羅) 홀로 집에’라고 표현한 장면을 올렸다.
당권 주자간 신경전도 이어졌다. 안철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진박 감별사’라든지, 이런 것과 비슷한 행태가 이번 선거에 재현되는 것은 우리가 망하는 길”이라고 했고, 페이스북엔 “누구나 참여하는 아름다운 경쟁이 아니라 특정인을 향한 위험한 백태클이 난무한다”고 적었다. 윤상현 의원은 “더 이상 책임 없는 호가호위를 하지 말라. 앞에 나서려면 뒤에 계신 분도 수도권 출마를 할 수 있다는 선언을 하라”고 했다. 그러자 장제원 의원과 ‘김장 연대’를 꾸린 김기현 의원은 친윤계를 ‘제2의 진박감별사’라고 비유한 데 대해 “그야말로 기우”라며 “사천이나 학살이란 말이 다시는 반복 안 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린 뒤 성당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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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원로와 중진 의원의 메시지도 잇따랐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나경원은 당내 몇 안 되는 장수(將帥) 중 한 사람”이라며 “몇몇 인사들의 나경원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은 지나친 감을 준다”고 했고, 서병수 의원은 “2024년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치르는 게 맞다. 이른바 ‘윤핵관’을 중심으로 치르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김기현 의원과 회동을 마친 오 시장도 “누가 되더라도 친윤이니 반윤이니, 이런 용어 사라지고 매우 화합된 분위기에서 다음 총선 치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논쟁이 격화하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나섰지만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정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표 출마자는 물론 우리 당원들은 앞으로 ‘친윤’, ‘반윤’이라는 말을 쓰지 말았으면 한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대통령을 공격하고, 우리 당을 흠집 내는 기회로 사용하지 말라.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당과 선관위원회가 즉각 제재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을 공격하면 당이 즉각 제재한다고 협박한다. 여기가 대한민국 아니고 북한이냐”라고 날을 세웠다.
여권 전체가 당권 경쟁에 휩싸이는 사이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쪽으로 한 걸음 더 바싹 다가갔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엊그제(13일) 나 전 의원이 김민수(45) 전 경기 분당을 당협위원장을 자신의 대변인으로 임명하겠다고 했다”며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100%”라고 했다. ‘언론 창구’ 역할인 대변인을 발탁했다는 건, 사실상 캠프 출범과 같은 의미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 소재 성당에서 예배를 본 뒤 기자들과 만나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며 출마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말을 아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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