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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권한대행 권한 둘러싼 ‘아전인수’…문제는 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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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명확한 규정 없어…여야, 제멋대로 해석 ‘진흙탕 싸움’

경향신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2024년 12월 1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접견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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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을 놓고 헌법을 서로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정쟁이 너무 소모적이다.”(더불어민주당 A씨) “고건·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이어 한덕수 권한대행이 세 번째다. 이참에 대행에 대한 권한을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게 옳다.”(민주당 B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법률안 재의요구권 행사,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권 행사 등을 놓고 여야 간 논란이 불거지자, 정치권에서는 향후 이런 정쟁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것이 옳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쟁점이 돼왔기 때문이다. 원인은 대통령 직무정지로 인한 권한대행의 역할이 헌법에서는 두루뭉술하게 나온 데서 비롯된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에게 특검법안 등 법률안 재의요구권은 적극적인 행사를,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의 임명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권한 행사를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유리하게 권한대행의 권한을 요리조리 꿰맞춘 주장이다. 헌법학자인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말 일부 극소수 헌법학자가 동조할지는 몰라도, 대다수 헌법학자는 여당이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 견해도 오락가락

민주당은 헌재재판관 임명권을 놓고 한 권한대행에게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시한을 지키지 않는다면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한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지난 12월 26일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회 선출안을 거부하는 결정이다. 김종철 교수는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 중에서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고, 다른 한쪽은 국회라는 입법부”라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입법부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의 임명 절차를 정지시킬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를 놓고도 여야는 입씨름을 벌였다. 민주당은 총리인 만큼 정족수를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151석 이상)으로 보았고,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만큼 대통령 탄핵소추에 해당하는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으로 해석했다. 이를 놓고 국회 입법조사처의 견해도 오락가락했다. 총리에 준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가 며칠 뒤에는 대통령에 준한다는 일부 해석도 있다는 선으로 물러났다.

이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3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고건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고 권한대행은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 등 야 3당이 통과시킨 사면법 개정안(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단행할 경우 국회 의견을 구하도록 하는 내용)의 거부권 행사를 놓고 망설였다. 탄핵을 밀어붙인 야 3당은 법안 공포를 주장했다. 노 대통령과 가까웠던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헌법에 근거도 없이 대통령의 권한 제한을 초래한다”며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결국 고 전 총리는 위헌 소지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2016년 12월에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만들어졌고 역시나 권한 논란이 일었다. 당시 황 권한대행이 박 대통령 관련 수사 특검의 기한 연장을 승인하지 않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때에도 황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통과 기준을 놓고 똑같은 논란(국무총리 기준이냐, 대통령 기준이냐)이 일었다. 또 당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한 뒤 대통령 권한대행의 신임 헌재재판관 지명을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여당에서는 대통령 지명 몫인 헌재재판관을 황 대행이 새로 임명해야 한다고 했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8명의 헌재재판관으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여당이 헌재 심판을 지연하려는 전략으로 본 것이다.

“권한대행의 권한, 분명하게 규정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통과가 확실시되자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을 법률로 분명하게 규정하자는 제정안을 2016년 11월 발의했다. 대통령 부재 시 국가 혼란을 예방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원활히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입법 취지였다. 이 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자는 국정의 현상유지를 위한 범위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국민투표 부의권’, ‘사면권’, ‘헌법 개정안 발의권’에 대한 권한은 행사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또한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급격한 정책 변경이나 인사이동 등 현상유지를 벗어난 권한 행사를 하는 경우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당 권한 행사의 중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정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됐는데, 이번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이런 법안의 필요성을 다시 불러왔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변호사)은 “대통령은 선거라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국민의 위임을 받기 때문에 권한대행과 엄연한 권한 행사의 차이가 있다”면서 “헌법이 구체적으로 정해주면 좋지만, 헌법 부속 법령으로서 권한대행의 권한을 분명하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종철 교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을 법률로 명문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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