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소멸의 단계... 메타버스는 게임과 분리해야"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 11일 서울 강남 토즈컨퍼런스센터에서 신년 기자회견 도중 'P2E' 유행을 평가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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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E(돈 버는 게임)가 게임의 미래라고 해서 정말 놀랐다. 소멸 시점에 접어들고 있고, 게임의 미래였던 적도 없다."
게임산업 분야 전문가인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년 동안 게임업체의 주가를 끌어올린 'P2E'와 '메타버스'의 유행이 하강기에 접어들었다면서 게임사가 이런 유행에 편승하기보다는 내실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 학회장은 P2E 분야에서 치고 나갔던 위메이드의 '위믹스' 코인이 최근 운영 혼란에 빠졌음을 지적하며 "코인 이코노미의 핵심은 유통과 신뢰인데 게임사가 발행한 코인은 금융권에서는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게임에서 '채굴'한 코인이 유통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P2E 게임의 재화는 게임 내에서 채굴해 판매하려는 공급만 있기 때문에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2021년부터 번졌던 P2E의 유행은 한풀 꺾였다. 사행성 규제 때문에 국내에선 위법이라는 판단을 받은 데다 해외에서 서비스하더라도 게임사 입장에선 수익성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반 게이머들의 반응도 좋지 않았고 지난해부터는 코인 유통의 바탕이 되는 암호화폐 시장의 전반적 침체까지 겹쳤다.
위 학회장은 "국내에서 P2E가 허용되려면 확률형 아이템과 연동돼서 아이템의 구매를 자극하고 촉진하는 요소가 되면 안 된다"면서 "결국 P2E를 하려면 배고프고 가난한 게임사가 되는 것을 각오해야 하는데 현재 게임업계가 그런 길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또한 유행어로서 하강기로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위 학회장은 "메타버스의 구성 요소로 지목되고 있는 VR(가상현실)와 AR(증강현실) 등 실감 미디어와 '제페토' '로블록스' 등 커뮤니티 기반 콘텐츠는 전혀 다르다"면서 "둘을 섞어서 메타버스라고 부르니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VR와 AR 등 기반 기술은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로블록스 같은 커뮤니티 기반 콘텐츠의 경우 수익 모델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엄격한 규제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진단하고 "게임과 분리해 자율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위 학회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 정책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실망스럽고 경악스럽다"고 비판했다. 한국 게임산업에 대해서는 "게임산업이 지나치게 보수화했고 독과점 구도를 깨야 한다"면서 "정부 정책으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 자연스럽게 생태계 물갈이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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