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삼성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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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위기에 처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DS(반도체)부문 3개 사업부 중 메모리와 파운드리 수장을 교체했다. DS부문장인 전영현(64) 부회장이 직접 메모리 사업부를 진두지휘하기로 했다. 전 부회장은 과거 권오현 전 회장이 삼성 반도체를 이끌던 2014년 메모리 사업부장을 맡아 3년간 이끈 바 있다.
다만 전 부회장이 7년 만에 다시 메모리 사업부장을 겸임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근본적인 혁신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뒤처진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혁신할 인물을 발탁하는 대신 과거 지향적인 인사를 선택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초격차 경쟁력 잃은 삼성 반도체, 메모리·파운드리 수장 교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반도체 사업 쇄신에 초점을 맞춰 사장 승진 2명, 위촉 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측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메모리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하고 파운드리 사업 수장을 교체했다”며 “경영 역량이 입증된 베테랑 사장에게 신사업 발굴 과제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반도체 기술력 강화 및 조직 분위기 일신’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작년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들어 AI 열풍과 함께 급변하는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쇄신 대상이 된 메모리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세계 1위 기술 경쟁력을 자부하던 메모리 사업부의 경우 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뺏겼다. 파운드리 사업은 선단 공정의 수율 문제로 대형 고객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분기마다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부를 대표이사로 내정된 전영현 부회장이 직접 이끌도록 했다. 적자에 빠진 파운드리 사업부에는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한진만(58)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을 수장으로 앉혔다. 한 사장은 D램·플래시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2년 말 미주총괄로 부임해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지휘했다.
파운드리 사업부에는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해 남석우(58) DS부문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을 배치했다. DS부문 직속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도 새로 만들었다. 김용관(61)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반도체 경영전략담당을 맡는다.
◇ “‘올드맨’으로 요직 돌려막기… 과거 이상화의 방증”
이번 인사를 두고 삼성 안팎에서는 대대적인 반도체 사업부장 교체를 예상했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변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 부회장에게 다시 메모리 사업부를 맡긴 것을 비롯해 경력의 대부분을 메모리 사업부에서 보낸 한진만 사장에게 파운드리 사업부를 맡긴 것 역시 소위 ‘회전문’ 인사로 불리는 기존 삼성 반도체 인사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삼성 반도체가 메모리 출신 인사를 파운드리 수장에 선임하는 관례를 깨고 파운드리 산업에 특화한 전문경영인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시스템LSI 사업부는 박용인 사장이 유임되면서 위기를 타개할 만한 새로운 리더를 발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드맨’들이 요직을 계속 이어가는 건 삼성전자가 과거를 이상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기업은 관료주의와 싸워야 하는데, 이번 인사에서도 삼성전자는 이미 관료화된 조직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1990년대 일본 대표 기업 소니도 과거 성공 신화를 썼던 원로들이 사업과 경영을 계속 이어가다가 몰락했다”면서 “재무 관리 회사, 관료주의 기업이 되어버린 삼성전자는 과거 인물들의 이상화를 멈추고 진정한 기술 중심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인사는) 올드맨들을 데려와 옛날의 영광을 되찾자는 건데, 애초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명확한 비전과 방향성이 없기 때문에 혁신적인 인사가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믿을 사람이 올드맨뿐이니 회사 자체가 과거 신화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로마 제국이 무너진 건 내부적으로 기존 성공 방식만 답습했기 때문”이라며 “시대는 변하고 업계는 새로운 방법을 요구하는데 기존 방법으로 대응하려고 하니 잘 안되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역시 과거 성공 신화를 완전히 깨부숴야만 조금이라도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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