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8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인천 특수교사 추모제에서 동료 교사가 추모사를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7개 교원단체는 인천 특수교사 사망의 진상 규명과 특수교사 여건 개선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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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밀 특수학급을 맡은 인천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인천시교육청과 교원단체 등이 추천한 외부인이 공동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29일 회의에서 인적 구성과 조사 방식을 정리한 다음 조사에 착수할 걸로 보인다.
교육당국이 경직된 임의적 잣대 뒤에서 현장의 어려움을 방기했다는 의혹이 핵심으로 꼽힌다. 4년 차 교사인 고인은 올해 장애 학생이 8명인 과밀 특수학급을 맡아 과로에 시달렸다. 초등 특수학급 법정 정원은 6명이다. 지난해까지 교사 2명이 특수학급 2개 반을 하나씩 맡다가 올해 초 학생 졸업으로 한시적으로 6명이 되자, 인천시교육청은 특수학급 1개를 감축했다. 올해 2월 장애 학생 전입이 예정돼 2개 학급을 유지해달라는 학교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예기간도 주지 않았다.
융통성 없는 당국 조치 이후 3월 한 명이 전입, 과밀학급이 됐다. 고인은 카카오톡 대화에서 '인천에선 +1(법정 초과 1명)은 없다고 생각하는 거라네?'라고 토로했다. 8월에 한 명이 더 와 8명이 됐다. 중증장애 학생이 4명인 과밀학급 교사 업무를 감안하면 2학기에라도 학급을 늘려주거나 기간제 교사를 배치했어야 했다. 교육청이 운영 여건이 되는 학교 학급을 굳이 줄인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비극이 알려진 지 이레 만에 특수학급을 도로 2개로 늘린 교육청 조치를 보면 더욱 그렇다.
교육청이 임의적 기준으로 고인의 기간제 교사 배치 요청을 거듭 거부한 건 "직무 유기 아니냐"는 특수교육계의 성토가 잇따른다. 교육청은 올해 과밀학급이 197개나 돼 법정 기준보다 학생 수가 3명 이상 많은 학급에 기간제 교사를 배치했다지만, 올해 교육청에 배정된 기간제 교사 210명 중 고인 사망 당시 가용 인력이 95명이었던 걸로 나타나 현장의 어려움을 방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처럼 실질적 지원을 못 받으면서 고인은 비장애 학생과의 통합교육 학급에 가지 못하고 특수학급에만 종일 머무는 전일제 장애 학생을 비롯해 완전통합 학생 4명까지 총 12명을 지도하며 '주 29시수' 혹사를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중재할 여력도 없이 폭력에 장기간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고인은 최근 3년간 연 50여 차례 보건실을 찾았는데, 보건일지를 보면 '학생 발에 가격당해 얼굴 부종', '학생 안전을 위해 팔을 잡다 허리 꺾임', '정강이 상처' 등 부상 기록이 많았다. 문제행동 학생 중재 컨설팅을 신청했으나 신참 교사가 투입돼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한 점도 개선점으로 꼽힌다.
진상조사로 안일한 교육행정의 민낯이 밝혀져야겠지만, 근본적으로 정부가 장애 학생 증가 추이를 감안해 특수교사를 증원하는 등 실효성 있는 과밀학급 해소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학령인구는 줄어도 매년 느는 특수교육 대상자는 올해 11만5,610명으로, 5년 전보다 21.2% 늘었다. 반면, 특수교사 증원 속도는 이에 못 미쳐 특수학교와 일반학교 특수학급의 과밀학급은 2022년 전체 학급의 8.8%에서 지난해 9.9%, 올해 10.1%로 늘어나고 있다. 지금 법정 기준도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지만, 이마저도 어긴 과밀학급에서 장애 학생들이 각자 장애 특성과 정도에 적합한 교육을 받기 어렵다. 교육에서 소중하지 않은 아이는 없다.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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