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오르는데 보조금까지 없으면 미국 투자 차질 불가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 단지 모습.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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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과학법(CHIPS Act)'에 따라 미국에 투자해 공장을 짓고 보조금을 받기로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측 발언에 애를 태우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각료로 내정된 인사가 바이든 정부에서 반도체 보조금 지급에 속도를 내는 데 반발해 재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 내 투자를 확정한 상태에서 보조금을 받기 위해 막바지 협상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대 64억 달러(약 8조9,000억 원),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000만 달러(약 6,300억 원)의 보조금과 정부 대출 5억 달러, 투자금의 최대 25% 세제 혜택 등 수혜를 받는 것으로 잠정 결정됐다.
이들은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2기 시작 전 반도체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더 주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2기에 새로 생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게 된 비벡 라마스와미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에서 이런 상황을 겨냥해 부정적으로 발언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삼성·SK 총수, 보조금 따라 美 투자 재조정 가능성 내비쳐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문제 삼는 비벡 라마스와미 X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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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업계는 "일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최근 강(强)달러 흐름으로 미국 내 공장 설치 등 비용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터라 보조금이 없으면 투자의 실제 집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업계 관계자는 라마스와미의 발언이 "미국 신구 권력 간 갈등에 따른 정치적 발언으로 보인다"면서도 "미국 정부와 협상에 속도를 내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국내 증시도 이를 악재로 받아들여 휘청였다. 27일 코스피에서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3.43%, SK하이닉스는 4.97% 떨어진 채로 장을 마감했다.
앞서 두 기업 총수도 미국 정치권 상황에 따라 투자를 재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월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봄(트럼프 2기 출범)은 지나야 답할 수 있다"는 전제로 "보조금을 안 준다면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0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테일러 공장에 대해 "변화하는 상황으로 인해 조금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에 국내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에 들어가는 보조금의 필요성을 역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인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미국 내 반도체 시장 수요에 접근하기 위해 투자는 필수인데 보조금이 사라지면 바로 비용으로 연결된다"면서 "(윤석열) 정부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들과 접점을 늘려 보조금을 사수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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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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