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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음주·무면허 운전에도 정직 1개월... “판사 징계는 신의 영역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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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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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대법원은 무면허운전을 한 서울가정법원 소속 A판사에 대해 지난달 29일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고 공고했다. A판사는 지난해 4월 8일 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에서 무면허 상태로 2km를 운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20년 9월 음주운전으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고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음에도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B씨는 무면허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돼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B씨 역시 2년 전 A판사처럼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회사 내규에 따라 징계 수위가 다르겠지만, 같은 잘못이라도 A 판사는 1개월치 월급을 건너뛰는 징계를 받고, B씨는 다니던 직장을 잃은 것이다.

최근 대법원이 비위를 저지른 판사에 대해 정직 이하의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일반인이면 해고가 되고도 남을 것” “판사의 처벌은 신만이 가능하다. 솜방망이 처벌은 당연한 것” 등 비판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판사 해임이 가능한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법관 징계 최고처분은 정직에 그친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법관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20명의 판사가 징계를 받았다. 그중 최고 수위의 징계는 지난 2021년 10월 당시 대전지방법원 소속 판사에게 내린 정직 6개월에 징계부가금 1000만원 처분이다. 해당 판사는 지인으로부터 지난 2017년 1000만원을 받고 형사고소사건에 대한 법률조언을 해 금품수수를 저질렀다.

금품수수에 ‘3개월간 월급 적게 받기’ 징계에 끝난 사례도 있다. 지난 2019년 2월 인천 계양구의 한 마트에서 지인으로부터 골프채 세트와 과일상자를 수수한 당시 서울중앙지법 소속 판사는 지난 2021년 7월 감봉 3개월, 징계부과금 104만원에 그쳤다. 조 의원은 “판사는 국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결을 내리는데, 권한에 비해 책임이 너무 약하다”면서 “판사를 징계하는 것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 적어도 검사 징계 최고처분인 해임까지는 맞춰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가 비위 판사를 강력하게 징계할 수 없는 이유는 관련 법 때문이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법관의 징계청구 주체가 법원장 이상부터 할 수 있고, 처분은 정직‧감봉‧견책 3종류 뿐이다. 최대 처분도 정직 1년이다. 검사의 경우 최고처분은 퇴직이 되는 해임, 면직까지 법에 명시돼 있다.

반면 영국은 법원장이 아닌 시민 누구나 판사의 비위를 징계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판사에 대한 징계처분은 공식권고ㆍ경고ㆍ지도(formal advice‧warning‧guidance), 견책(reprimand), 정직(suspended), 파면(removed) 등으로 나눠지며, 해당 법관이 사임(Resignation)하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도 있다.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 2012년~2015년까지 매년 2000건 정도 징계 신청이 접수됐고, 이 기간 파면이 최고 35명까지 나온 해도 있다. 법관의 독립성 보장을 중시하는 독일도 해임까지 징계가 가능하다.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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