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현지시간) 호주연방경찰(AFP)이 공개한 이른바 '엘' 검거 사진.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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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호주에서 체포된 ‘제2 n번방’ 주범 ‘엘’(통칭)은 언제 국내로 끌려와 처벌받을 수 있을까.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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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재판 다음 달 호주서 열려
16일 호주연방경찰(AFP) 등에 따르면 이른바 엘로 불리는 한국인 A씨(27)의 재판이 다음 달 18일 호주 혼스비 지방 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국 경찰이 밝힌 A씨 혐의는 2020년 12월 말부터 올해 8월 15일까지 아동·청소년 9명을 협박해 만든 성착취물 1200여개를 텔레그램에 유포한 것(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이다. 지난 8월부터 A씨를 쫓아온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AFP와 현지 합동수사를 통해 그를 지난달 23일(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거주지에서 붙잡았다.
호주에서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일단 아동학대물 소지와 휴대전화 암호 공개 거부 혐의 두 가지다. 호주법에 따르면 이 같은 범죄는 각각 형량이 최대 15년과 10년에 이르는 중형이라고 한다. ‘암호 공개 거부죄’는 A씨에겐 지난달 검거 때 휴대전화에 걸린 잠금을 풀지 않아 얻은 죄목이다. AFP 등에 따르면 다음 달 열릴 A씨 재판에서는 경찰이 확보한 증거를 모두 제출해야 하므로 이날 공개되는 증거 등에 따라 A씨에게 성착취물 제작 혐의 등이 추가될 수 있다. 검거 직후 구속된 A씨는 보석이 거부된 채 호주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라고 한다. AFP 측은 중앙일보에 “해당 사건은 호주 법원이 심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소·재판 등 A씨에 대한 사법 절차를 호주 당국이 진행할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는 A씨가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장소가 호주였기 때문이다. 호주는 국적 불문 영토 관할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는 속지주의 원칙을 따른다. A씨는 영주권자는 아니지만 2012년쯤부터 호주에 살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한국인이지만 결과적으로 A씨가 호주에 살며 호주 법을 어긴 것이라 처벌 권한은 호주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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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송환 최소 1~2년 걸릴 것”
'제2 n번방' 사건의 주범 '엘'로 지목된 유력 용의자 A씨가 호주에서 검거됐다. 사진 서울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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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A씨를 한국으로 송환한 뒤 그의 신상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 송환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호주 검사 출신 강현우 변호사(호주 법무법인 H&H Lawyers)는 “호주는 피의자 국적에 상관없이 호주에서 저지른 범죄는 호주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게 원칙”이라며 “A씨 송환은 빨라도 1~2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는 경찰 증거 제출(4~5개월)→검찰 단계에서 유·무죄 협상(2~3개월)→재판(6개월~1년) 등 통상 걸리는 호주 사법 처리 기간을 각각 더해 추론한 결과다. 강 변호사는 “양국 검찰 간 송환 협상을 하는 경우 등을 빼곤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A씨는 한국으로 송환될 수 없을 것”이라며 “재판에서 실형이 나온다면 그 형기를 다 마치고 송환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0년 여고생을 성폭행한 뒤 2012년 호주로 도주했던 30대 범죄자(자유형 미집행자)는 현지에서 또 성폭행을 저질러 징역 9년을 선고받았고 5년 수감 생활 뒤에야 강제 추방당해 2017년 한국으로 송환됐다. 경찰 관계자는 “재판 종료 때까지 지켜봐야 송환 시점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청은 A씨에 대한 여죄를 추가로 밝힌 뒤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 A씨에 대한 송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청은 “호주 법원에서 A씨가 받는 처벌과 상관없이 자체 수사 결과를 토대로 다시 한국 법정에 세운다”는 입장이다. 국제 공조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 관계자는 “외국에서의 수형 기간은 국내에선 양형 참작 사유일 뿐”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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