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양씨에 서훈 계획했으나 어렵게 돼
외교부 “상훈법 등 규정한 사전 협의 절차 밟자는 것”
日 의식 비판에도 “전혀 사실 아냐”
박진 외교부 장관이 올해 9월 광주를 찾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오른쪽)와 대화를 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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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정부 서훈 추진에 외교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주장이 피해자 측에서 제기된 가운데, 외교부는 8일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달 말 뒤늦게 양씨에 대한 서훈 계획을 접해 관계부처로서 상훈법 등이 규정한 ‘사전 협의’ 절차를 따르는 것이지 일본을 의식한 행동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외교부는 “양씨에 대한 서훈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올해 9월 홈페이지에 양씨가 포함된 ‘2022년 대한민국 인권상 포상 추천대상자’ 명단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오는 9일 열리는 ‘2022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시상하는게 인권위 계획이었다. 양씨는 과거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돼 강제노동을 했고,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해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양씨에 대한 서훈 안건은 6일 국무회의와 8일 임시 국무회의에 모두 상정되지 않았다. 인권위가 희망했던 9일 시상은 어렵게 된 것이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 등은 이와 관련 “일본이 불편해할까봐, 현재 논의되는 강제동원 관련 한일협의에 변수가 생길까봐 외교 쪽과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한일관계 회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일본을 의식해 외교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뒤늦게 양씨에 대한 서훈 계획을 접했고, 상훈법이 규정한 절차에 따라 부처 간 사전 협의와 추가 심의를 거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말에서야 양씨에 대한 인권위 서훈 계획을 인지해 이달 1일 열린 차관회의에서 “부처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훈법 7조(서훈의 확정)를 보면 행안부 장관이 서훈에 관한 의안을 국무회의에 제출하고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상자를 결정하게 돼 있다. 통상 이 과정에서 부처 간 충분한 협의를 거치게 된다는게 외교부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일관계를 의식해 양씨에 대한 서훈을 반대했다’는 피해자측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양씨에 대한 12월 9일 서훈은 어렵게 됐지만 “법이 규정한 절차에 따르자는 것이지 서훈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또 서훈 계획 관련 외교부가 의견을 개진한 것에 대해서도 “상훈법에 따른 절차 그 자체를 얘기한 것이지 서훈 자체에 대한 가치 판단이나 입장 표명을 담은 것은 아니다”라며 “양 할머니에 대한 서훈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7일 취임 후 처음 광주를 찾은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도 피해자측과 만나 이같은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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