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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제발 대통령실 앞에서 하세요”…화물연대 시위에 고통 받는 삼각지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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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대우월드마크’에 걸린 현수막. [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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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은 물론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집회가 열립니다. 이게 사는 건가 싶어요. 시위대의 마음만 중요합니까? 평범하게 살고 싶은 주민들의 인권은요. 대통령은 도대체 뭘 하고 있답니까? 지옥 같아요. 너무 힘듭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서울 용산구 한강로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가깝다는 이유로 시위대가 주거지역에 운집하면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는 중이다.

5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신용산역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오피스텔들은 최근 단지 안에 ‘집회의 자유만 보장하냐! 주민들이 내 집에서 조용히 살 권리도 보장하라’, ‘시끄러워 못 살겠다’,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등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설치했다.

올해 초 이사를 왔다는 직장인 A씨는 “시위와 행진으로 교통이 마비되니 지하철을 제외한 교통수단은 이용할 수가 없다”며 “우여곡절 귀가하면 그때부터는 이명과의 전쟁이 시작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매경닷컴이 찾은 삼각지역은 승강장을 벗어나 출구와 가까워질수록 음악과 구호가 뚜렷하게 들려와 대규모 집회가 개최됐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 시위 트럭과 대형 스피커를 동원한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신자유연대가 천막과 의자를 설치하고 집회 방송을 내보내 귀가 먹먹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대우월드마크’ 주민들도 날벼락을 맞았다. 시위장소가 내려다보이는 이 아파트에서는 고층에서도 시위대가 내지르는 함성이 또렷하게 들렸고, 시위용 전광판 불빛이 반짝여 눈이 부셨다. 창문을 굳게 닫아도 함성이 새어 들어왔다. 주간 및 야간 집회 소음이 75dB을 웃돌지만, 시위를 막을 방법이 없다.


대우월드마크 입주민 B씨는 “이틀 전 화물연대는 밤 8시 30분이 넘어서까지 시위를 진행했고, 신자유연대는 대통령이 출근하지 않는 날에도 술을 마시면서 소리를 질러댄다”며 “기사님들이 어떤 마음으로 모였는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인생이 우울하니 쉽게 예민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자신을 용산구 토박이라고 소개한 C씨는 “우리 가족은 지금까지 용산공원을 바라보면서 한적하고 평범하게 살아왔고, 대통령실 이전도 반대했다”며 “시위 개최자와 참여자는 물론 기관도 주민들을 배려하지 않아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격분했다.

부동산 침체기가 겹치면서 주택 매매 심리도 위축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용산구 주택 거래 건수는 총 128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2403건)와 비교해 46% 이상 감소한 것이다.

아이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아이들이 공포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었고 길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술병들도 미관상 좋지 않다. 며칠 전 한 초등학교는 집회 소음 때문에 수업 진행이 불가능하다며 경찰 신고한 바 있다.

이처럼 과도한 시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주민들을 위한 대책 마련과 바람직한 시위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주변 100m 이내에서는 시위를 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 밖의 주택가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복수의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집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이해관계자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전문가들이 해결책을 논의하는 건전한 방식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화물연대는 지난달 24일 0시부터 집단 파업에 돌입했다. 근로현장에 안전운임제가 정착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안전운임제란 표준운임을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최대 500만원까지 물리는 제도로, 기한은 올해 말까지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화물연대에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계속 일터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국가보조금 지급을 제한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대상에서도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강경책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이 필요해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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