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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러시아, ‘서방 제재’ 충격에 인도에 손 벌려…500개 품목 수출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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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부품부터 포장재까지 전산업 총망라

인도 정부, “이 참에 무역적자 해소” 기대

업계는 서방제재 우려해 수출에 소극적


한겨레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지난 8일 회담 결과를 밝히는 합동 기자회견 뒤 대화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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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전방위적 제재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인도에 긴급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가 최근 자동차·항공기 부품부터 소비재 생산용 원자재까지 500여개 수출 요청 목록을 인도에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가 요청한 품목들은 자동차·항공기·열차 등에 필요한 부품부터 종이나 포장재, 섬유 생산, 비철 금속 관련 원자재 등 산업계 전반에 필요한 것들이다. 인도에 대한 러시아의 이런 지원 요청은 이례적으로 광범한 것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는 수출 요청 품목 목록을 지난 7일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하기 전에 인도쪽에 전달했다. 자이샹카르 장관이 이 회담에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원유 수입을 늘리면서 대러시아 무역 적자가 늘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수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 기업들은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확대했다가 서방의 제재를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가 인도에 수출을 요청한 품목들을 보면, 러시아 경제가 서방의 제재로 얼마나 광범한 타격을 받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자동차 관련 수출 요청 품목에는 피스톤, 오일 펌프, 점화 코일 등 엔진 관련 부품들이 포함됐다. 심지어 자동차 범퍼, 안전벨트, 차랑 내 정보 시스템까지 인도에 요청했다. 항공기와 헬리콥터 부품 중에는 착륙용 기어, 연료 시스템, 통신 시스템, 소화 시스템, 구명조끼, 항공기 타이어까지 들어 있었다. 러시아는 종이와 종이 봉지 등 포장재 생산에 필요한 자재, 실과 염색 안료 등 의류 관련 중간재들도 인도에 수출을 요청했다. 금속 생산과 관련된 수출 요청 물품도 약 200개에 달했다.

러시아 산업계는 서방의 제재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사들은 서방의 항공기와 부품은 물론 기술 지원까지 받지 못하는 상태다. 러시아의 거대 비철금속 기업인 노르니켈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제재와 민간 기업들의 자발적인 협력 중단으로 니켈과 팔라듐 등의 생산에 필요한 장비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원유와 비료 수입에 적극 나섰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난 20일까지 석유 관련 제품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8% 늘었고, 비료 수입은 538%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이 기간 인도의 대러시아 수입액은 293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대러시아 수출은 1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억달러보다 도리어 줄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도 정부 소식통들은 이번 러시아의 수출 요청에 따라 앞으로 몇달 동안 인도의 대러시아 수출액이 100억달러 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러시아 수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인도수출조직연맹(FIEO)의 아자이 사하이 사무총장은 “수출업자들이 특히 (서방의) 제재 대상 품목 수출을 꺼린다”고 전했다. 그는 중소기업들과 과거 서방의 제재 와중에 이란과 거래를 지속했던 기업들이 더 소극적이라고 덧붙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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