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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PCR 검사 말고 밥을!"…시위 금지에도 홍콩 시민들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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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8일(현지시간) 홍콩 중문대 학생들은 시위 현장 바닥에 우루무치 아파트에서 화재로 19명이 사상한 날을 뜻하는 ‘1124’ 모양을 흰색 꽃과 촛불로 수놓았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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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집회와 시위가 금지된 홍콩 사람들이 경찰의 통제에도 다시 뭉쳤다.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시 화재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중국 곳곳에서 벌어진 ‘제로 코로나’ 방역 반대 시위에 연대를 표하기 위해서다. 홍콩에서는 지난 2019년 범죄인의 중국 본토 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6개월 넘게 이어진 뒤 이듬해 국가보안법이 제정되면서 가두 시위가 자취를 감췄다.

29일(현지시간) 홍콩 명보ㆍAP통신에 따르면 전날 저녁 홍콩 중문대에서는 학생 약 100명이 모여 “PCR(유전자증폭) 검사 말고 밥을!”, “봉쇄 말고 자유를!”, “문화혁명 말고 개혁을!”, “노비 말고 공민이 돼야 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구호들은 지난달 제20차 당 대회 개막 전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제3 순환도로의 고가도로에 걸린 현수막에 적힌 문구와 동일하다.


학생들은 A4용지 등 백지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백지는 중국 당국의 검열과 통제에 무언의 저항을 한다는 의미다. 몇몇 학생들은 또 “두려워하지 말라. 잊지 말라. 용서하지 말라”는 구호를 적은 포스터를 들고 뮤지컬 ‘레미제라블’ 삽입곡인 ‘Do You Hear the People Sing(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을 부르기도 했다. 이는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 노동자들이 시위 과정에서 불렀던 노래다. 지난 24일 우루무치 아파트에서 화재로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추모하며 시위 현장 바닥에 ‘1124’라는 숫자를 흰색 꽃과 촛불로 새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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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위자가 28일(현지시간) 홍콩 중심가 센트럴에서 우루무치 화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문구가 적힌 용지를 들고 있다. 그 옆에 서 있는 시위자는 A4 용지 백지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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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강경 진압된 홍콩 시위 사태를 의식한 모습도 보였다. 학생들은 만일에 대비해 변호사의 연락처, 캠퍼스 탈출 통로, 체포 시 대응법 등을 공유했다. 중국 본토에서 온 유학생 이모씨는 명보에 “체포에 대한 두려움과 본토에 있는 가족에 끼칠 영향을 우려 때문에 학생들끼리 개인정보가 필요 없는 암호화 메신저를 이용해 시위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중국인’임을 강조하며 연대 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AFP 통신은 학생들이 “외면하지 말라. 잊지 말라. 우리는 외세가 아니다. 우리는 중국 젊은이들이다”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이날 대학 경비원들은 시위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했지만, 경찰이 개입한 징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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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이 밀집한 홍콩 중심가 센트럴에도 약 50명의 시민이 모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이날 저녁 지하철역 입구에서 헌화하고 촛불로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했다. 일부는 A4 백지를 들어 올려 침묵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참가자들의 신원을 확인했지만 검거에 나서진 않았다.

한편 인민일보는 시진핑 정부가 항바이러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것을 촉구하며 방침을 바꿀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다만 시위 발원지인 우루무치시는 이날부터 중단됐던 대중교통 운행과 상점 운영, 생산 활동 등을 점진적으로 재개하며 봉쇄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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