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관련 법을 시행한 2004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앞서 2020년 대한의사협회 파업 때는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화물차주 등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면 운송사업자 허가가 최대 6개월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지난 28일 오전 대구의 한 레미콘 공장에 시멘트 물량 공급이 차질을 빚어 믹서트럭 수십 대가 운행을 중단한 채 주차돼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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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멘트 분야부터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은 화물연대 파업 이후 물류 피해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가 지난 24일부터 운송을 중단하면서 전날까지 시멘트 출하 차질로 총 642억원의 매출 이연 손실이 났다. 시멘트 출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레미콘 공장과 건설 현장 등이 멈춘 점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 전례가 없어 앞으로의 상황을 예상하기 어렵다”며 “업무개시명령이 화물차주에 전달되는 시간도 필요해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화물노동자에게 계엄령에 준한다며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총파업의 결과가 어떻든지, 화물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고 내 옆의 가족과 동료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그 여정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올해 말 일몰될 예정인 안전운임제를 지속해서 시행하고, 적용 대상 품목도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등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가 전날 관련해 면담을 진행했으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오는 30일 2차 면담이 예정돼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기업들의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하루 평균 광양제철소 1만7000톤(t), 포항제철소 1만t 등 총 2만7000t의 철강재를 출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자체 집계했다. 현대제철을 비롯한 다른 철강사도 육상 운송을 통한 제품 수송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탱크로리(유조차) 기사들도 화물연대에 가입, 파업에 참여하면서 일부 주유소는 휘발유 등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수출입기업들도 피해를 토로한다. 한국무역협회 ‘집단운송거부 긴급 애로·피해 신고센터’에는 지난 23일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37개사에서 62건의 애로사항이 접수됐다. 신고 내용 가운데 ‘납품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 및 해외 바이어 거래선 단절’이 29건(47%)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물류비 증가 17건(27%) ▲원·부자재 반입 차질에 따른 생산중단 14건(23%) ▲반출입 차질로 인한 물품 폐기 2건(3%) 순이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건초를 수입하는 A기업은 화물연대 파업에 따라 수송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수입 물량 일부를 창고로 옮겨 보관 중인데, 컨테이너당 20만원의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옮기지 못해 터미널에 남아있는 물량은 매일 4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기업들은 파업이 길어질수록 물류비 부담이 커지는 만큼 하루빨리 운송거부를 중단해줄 것을 촉구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화물연대가 어서 합의점을 찾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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