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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화물연대 파업 돌입... "업무개시명령 검토" 국토부에 노조 "대책 없는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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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24일 오후 부산 남구 한 화물차 주차장에 운행을 멈춘 트레일러가 주차돼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이날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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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원자재 물류망을 잇던 화물차 2만여 대가 일제히 멈췄다. 정부는 이제껏 한 번도 꺼낸 적 없던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언급하며 화물연대를 압박했고, 화물연대는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엄포부터 놓는 정부 태도가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대화가 진전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파업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0시를 기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화물연대는 수도권 물류 거점인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와 부산 신항, 전남 광양항 등 전국 16개 거점에 모여 출정식을 열고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파업 참여 인원이 9,600여 명에 불과하다고 추산했지만, 화물연대 측은 "이날 출정식 참여 인원만 1만1,000명이며, 화물차를 세우고 파업에 참여한 인원까지 합하면 2만5,0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이번 총파업을 물리력 동원 없이 평화롭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지난 6월 총파업 때도 출입구를 막은 적은 없었고, 물리적 충돌도 거의 없었다"며 "순간적인 갈등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평화집회가 우리의 지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국 12개 항만은 출입구 봉쇄 없이 정상 운영됐다. 오전 10시 기준 컨테이너 장치율(항만 컨테이너 보관 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비율)은 63.9%로, 평상시(64.5%)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오전 10시~오후 5시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만4,695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평상시(3만6,655TEU)보다 60% 감소했다. 국토부는 "주요 화주·운송업체들이 집단 운송거부에 대비해 물량을 사전에 운송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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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긴급현장상황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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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시멘트와 철강 등 원자재뿐 아니라 자동차·조선업과 수출에까지 영향을 줘 경제 전반에 미치는 여파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화물연대 파업 거점 중 한 곳인 의왕ICD 현장을 찾아 "운송 거부와 운송 방해 행위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는 실무적인 준비에 착수했다"며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서라도 운송개시명령을 상정해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와 권한을 망설이지 않고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이 언급한 업무개시명령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에 명시된 것으로, 심각한 물류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토부 장관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발동할 수 있다. 명령이 발동되면 운송 기사들은 즉각 업무에 복귀해야 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면허정지·면허취소는 물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까지 가능하다. 노동계는 이를 운송 허가권을 가진 정부의 '협박'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업무개시명령은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보통 업무개시명령은 파업 마지막 수순에서 얘기가 나오는데, 이번처럼 초반부터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조합원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봉주 위원장은 "법 자체가 문제"라며 "정부는 화물노동자가 특수고용노동자, 즉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시장경제에 운임 문제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면서 정작 자영업자가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으니 강제로 열라고 명령을 내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양 측의 뚜렷한 대화 시도나 교섭 제의는 없어 파업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 장관은 이날 담화문에서 "화물연대에 안전운임 TF 구성과 논의를 제안했지만 이를 화물연대가 거부했다"고 주장했지만, 화물연대 측은 "이달 15일 국토부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교섭이 파행된 후 국토부의 어떠한 공식적인 대화 요청도 없었다"고 맞섰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총파업 일환으로 이달 30일과 내달 2일 파업을 예고한 서울교통공사와 철도노조는 이날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준법투쟁이란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배차 간격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운행 거부 △ 2인 1조 근무 △휴일·초과근무 거부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지하철의 경우 이날 별다른 운행 차질이 없었지만, 무궁화호 10대와 새마을호 3대의 운행이 7~98분간 지연 운행됐다. 철도노조 측은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을 위험에 몰아넣은 관행을 타파할 것"이라며 "시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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