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가 백신에 집중된 3·4차 접종서 '제외'
정부, 리스크 분담 등 지원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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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코로나 백신 보유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개발에 성공한 국산 1호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완제품 생산이 잠정 중단에 들어갔다. 코로나 백신의 낮은 접종률 때문이다.
스카이코비원은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고 9월 5일부터 본격적인 접종을 시작했다. 안동 L하우스에서 출하를 마친 스카이코비원의 초도 물량은 약 60만회(도즈) 접종분에 달한다.
하지만 24일 비즈니스워치가 스카이코비원 접종 시작 이후인 9월 5일부터 11월 23일 00시까지 백신별 접종 현황을 집계한 결과 스카이코비원이 접종된 물량은 2028회분에 불과했다. 반면 화이자는 같은 기간에 스카이코비원보다 178배나 많은 36만678회분이 접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모더나와 노바백스도 각각 7만332회분, 7만3372회분으로 스카이코비원 보다 35배가량 더 많이 접종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기 코로나 바이러스에 항원을 발휘하는 단가(1가) 백신인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스카이코비원 백신의 3·4차 접종이 오는 12월 17일부터 중단된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코로나 변이바이러스 항원에도 발현하는 2가 백신을 개발하고 국내에도 품목허가를 획득, 공급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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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동절기 추가 접종 백신으로 허가 및 선정한 코로나 2가 백신은 △모더나BA.1 △화이자BA.1 △화이자BA.4/5(오미크론주 BA.4와 BA.5 공통부분) 등 3종류다. 2가 백신의 공급량이 충분하고 효과적인 면에서 단가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스카이코비원도 3·4차 접종에서 제외됐다.
국내 코로나 1차 접종률은 87.9%, 2차 접종률은 87%에 달한다. 앞으로 코로나 백신 1·2차 접종이 스카이코비원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60만회분을 소비하기에는 어림도 없다. 지난 9월 출하를 마친 스카이코비원의 초도 물량은 60만회분 중 두 달여간 접종이 이뤄진 건 1%도 채 못 미친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은 적정 온도에서 유지하지 않으면 쉽게 변질된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과 바이러스 벡터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6개월이며, 얀센 백신은 3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노바백스와 스카이코비원 같은 유전자재조합 백신의 유통기한은 5개월로 알려져 있다. 내년 1월이 지나면 남은 물량은 폐기해야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추후 정부 요청에 따라 생산 및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출하한 스카이코비원 백신도 소진하지 못한 상황에서 생산 및 공급 재개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숨통을 트기 위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 등재와 글로벌 허가를 통해 해외 판로를 하루빨리 열어야 하지만 당장 해외 허가를 획득한다고 해도 출하 물량을 소진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해외에서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화이자와 모더나, 노바백스 백신 접종 선호도가 높은 데다 공급량도 충분해 ‘스카이코비원’이 글로벌 코로나 백신 시장에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현재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인 기업들도 국산 1호 코로나 백신 부진에 추진력을 잃게 됐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곳은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유바이오로직스 △큐라티스 △아이진 △에스티팜 등이다. 이들 후발주자들이 국산 코로나 백신 2호, 3호 개발에 성공해도 '스카이코비원' 수준의 접종률이라면 사업성은 둘째치고 개발비조차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중단이 국내 바이오산업계에 가져올 더 큰 여파는 후발기업들의 백신 개발 추진력 저하와 이로 인한 백신 주권 지연"이라며 "백신처럼 연구개발 성공률이 낮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경제성이 낮은 분야, 특히 보건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는 정부의 혁신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회는 정부 지원방안으로 개발 리스크의 일부를 분담하는 '성공불융자제도'와 미국의 '바이오쉴드 프로젝트'처럼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의약품을 민간 기업이 연구, 임상, 제조, 조달할 수 있도록 다년간 지원하는 민간지원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일부 주가 부양을 위해 표면적으로 개발 흉내만 내는 기업도 있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 백신 개발에 나선 건 향후 감염병 대응을 위한 경험을 쌓기 위한 전략적인 측면이 강하다. 이미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백신이 충분하게 공급되고 있고 2가 백신까지 등장하면서 사업성을 기대하기에는 늦었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꿋꿋히 백신 개발을 한 결과 성과도 냈다. 하지만 뒤따르는 책임과 부담은 오롯이 국내 기업들에게만 전가되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 기업들이 신약 개발을 촉구만 할 것이 아니라 개발 성공 후에 대한 책임과 부담도 함께 짊어지려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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