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판결 “벨소리는 ‘송신된 음향’ 아니라 불법 아냐”
이번 판결 “부재중 전화번호 찍혀 ‘글’ 도달하게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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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하게 전화했을 때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아도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그동안 전화를 받지 않으면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과는 차이가 있다.
인천지법 형사18단독 김동희 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주거침입,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ㄱ(42)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 8월11일부터 9월27일까지 동거녀 ㄴ(37)씨에게 29차례 전화를 걸고 22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는다. 29차례 중 12차례는 ㄴ씨가 받지 않았고 7차례는 수신 거부했다. ㄱ씨는 9월22일 밤 11시 ㄴ씨 집에 찾아가 다음날 새벽 5시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9월27일에는 오후 1시55분께 ㄴ씨 집 비밀번호를 누른 뒤 집에 들어갔으며, “제발 가 달라”는 말에 화가 나 현관문 잠금장치를 손으로 파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판사는 ㄱ씨 전화를 ㄴ씨가 받지 않은 경우라도 스토킹 행위로 인정했다. 이는 최근 인천지법에서 전화를 받지 않으면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두차례 판결과 상반된다.
부재중 전화를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있을지와 관련해 판단이 달라진 것은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항 다목에서 ‘전화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킨다는 것’으로 정한 스토킹 행위를 다르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와 형사10단독 현선혜 판사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11일 각각 이 문구와 관련해 “(전화·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음향을 도달하게 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반복적으로 음향을 보냄(송신)으로써 이를 받는(수신) 상대방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케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전화기의 벨소리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이 아니므로 법 위반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 판사와 정 판사는 17년 전인 2005년 전화기의 벨소리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음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고한 대법원 판례를 판단 근거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김 판사는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수신차단 또는 부재중 전화)는 정보통신망이 아닌 전화를 이용해 음향을 도달하게 한 행위를 스토킹 행위로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앞선 판결이 부재중 전화를 대법원 판례에서 나온 정보통신망에 해당하는지에 집중했다면 이번 판결은 스토킹처벌법 조문에 해당하는지에 집중한 셈이다. 또 김 판사는 음향이 아니더라도 부재중 전화 시 전화의 전화번호가 찍히는 것이 스토킹처벌법에 있는 ‘글’을 도달하게 한 행위로도 판단했다.
인천지법 쪽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스토킹처벌법 제정 뒤에는 부재중 전화에 대한 명시적인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린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부재중 전화가 스토킹처벌법에서 스토킹 행위로 정의하는 조문에 해당하는지를 보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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