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넥쏘’ 운전자 김모(48)씨는 화물연대가 다시 파업을 한다는 소식에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지난 6월 화물연대 총파업 때 운전대를 놓아야 했다. 산업단지로부터 수소를 공급받아 전국 수소충전소로 운송하는 화물차(트레일러)가 일제히 멈추며 충전소마다 수소가 동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파업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충전부터 했다”면서 “언제까지 파업할지가 가장 걱정이다. 주말여행 계획을 취소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수소충전소 실시간 정보 애플리케이션(앱) ‘하잉(Hying)’을 통해 “화물연대는 지난 14일 안전운임제 지속을 요구하며, 오는 2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총파업 시, 울산·여수·대산 등 수소를 공급하는 주요 지역으로부터의 수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수소차 이용자들은 파업 시행 전 차량의 사전 충전을 해달라”면서 “파업기간 중 일부 충전소는 수소공급이 중단되거나 제한 충전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했다.
수소차는 차 내 연료탱크에 수소를 채우고, 저장된 수소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수소차 운전자는 가솔린·디젤차 운전자처럼 주유소(충전소)를 찾아가 연료를 채운다. 전기차처럼 아파트나 주변 주차장에서 충전할 수 없지만, 충전소에서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분 안팎으로 짧은 것이 장점이다.
몇 달 전 화물연대 파업 땐 이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국내 대부분 충전소는 화물차로 수소를 공급받고 있어 화물연대 파업의 직격탄을 맞았다. 수소 생산공장에 배관을 연결해 수소를 직배송 받는 충전소는 일부에 불과해, 수소 충전에 차질을 빚으며 넥쏘를 비롯한 수소차들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 당시 넥쏘 운전자 사이에선 수소 충전소 개장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물건을 선점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 펼쳐졌다.
지난 화물연대 파업 때 전국 110개 수소충전소 중 36개(33%)가 아예 문을 닫았고, 그나마 영업을 하는 곳도 차량 한 대당 충전량을 제한해 수소차 운전자들은 연료 부족에 허덕였다.
국내 한 넥쏘 동호회는 화물연대 측에 “수소 공급에 차질이 없게끔 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넥쏘 운전자 박모(40)씨는 “차를 사면서 파업까지 신경 써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다른 사람을 볼모로 잡고 파업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또다른 넥쏘 운전자 A씨는 “차를 두 대 갖고 있어 생활에 큰 불편함은 없지만, 수소를 빌미로 협박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을 3년 더 연장하기로 22일 결정했는데, 화물연대는 “반쪽짜리 가짜 연장안”이라며 총파업 강행 의지를 밝혔다. 화물연대 측은 “정부와 여당의 기만은 총파업으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고성민 기자(kurtg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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