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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고물가에도 견고한 미국 소비, Fed 셈법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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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도 미국의 소비는 굳건했다. 지난달 소매판매가 8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이면서 오히려 물가 상승 압력이 더해지는 모습이다. 긴축의 고삐를 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3% 증가했다. 미국 소매판매는 지난 2월 1.7%의 증가율을 기록한 뒤 하강 곡선을 그리며 7월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이내 상승 전환해 1%대로 복귀했다. Fed의 고강도 긴축에도 미국의 소비가 되레 견고해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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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높은 수준의 인플레가 이어지는데도 미국의 소비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 때문이란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가계가 팬데믹 초기에 수조 달러의 정부 부양책과 줄어든 지출 기회, 높은 임금 덕분에 저축할 수 있었다”며 “빅테크 기업 등 일부 부문의 정리 해고가 늘었지만 일자리도 여전히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팬데믹 기간, 미국 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면서 인플레를 버틸 수 있는 여력이 형성됐다는 얘기다.

소매판매 호조는 미국 경기가 아직 침체 국면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Fed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쉽사리 꺾이지 않는 소비 수요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대비 7.7%)은 전문가 전망치(7.9%)를 밑돌면서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Fed가 긴축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졌지만, Fed 내부에선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물가 상승률이 최소 2%대로 내려와야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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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Fed 2인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도 “(인플레 둔화에도) 추가로 더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나오는 추가 경제지표 데이터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표된 소매판매 지표도 Fed가 유력하게 검토하는 데이터 중 하나다.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고강도 긴축을 이어가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준) 총재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고용시장이 매우 타이트하다”며 “실질적인 고용 둔화 없이 인플레 수준을 지속해서 낮추는 방법을 모르겠다. 아마도 경제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의 시각은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사실엔 토를 달지 않지만, 긴축 기조 자체는 예상보다 오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6일(현지시간) 내년 5월 기준금리 전망치를 기존 연 4.75~5.0%보다 0.25%포인트 높인 연 5.0~5.25%로 수정했다. Fed가 다음 달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내년 2·3·5월에도 3차례 연속으로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긴축 강화 우려에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이날 뉴욕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다.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0.12%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8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54% 하락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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