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국경과 접한 폴란드 동부 프르제워도우 마을에서 미사일이 폭발해 폐허가 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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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폴란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 동맹이 지난 15일 폴란드 동부 국경 마을에 러시아제 미사일이 추락한 사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한 연대를 다시 한번 과시하고 있다. 초기 조사에서 이 미사일은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방공(防空) 미사일인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나온 상태다. 서방 동맹국들은 이를 우크라이나의 잘못이 아닌, 애초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퍼부은 러시아 책임으로 규정하며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바르샤바 국가안보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제 폴란드 동부 프셰보두프에 떨어진 미사일은 1970년대에 제조된 러시아산 S-300 미사일”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방공 미사일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이 있다”던 당초 입장을 수정한 것이다. 그는 “하지만 이는 의도적 행위(폴란드에 대한 공격)가 아니었다”며 “(이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것이라면) 우크라이나는 자국을 방어하려 했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미사일이 잘못 떨어진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더라도,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다.
전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약 100발의 탄도·순항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 수도 키이우와 서부 르비우, 북동부 하르키우 등 12개 주요 도시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했다. 이는 지난 2월 개전 이후 최대 규모 공습이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맞서 방공 미사일을 대거 발사해 약 70%의 미사일을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도 이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격퇴하려 쏜 미사일 중 하나가 불운하게도 폴란드 영토에 떨어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단순 사고로 보겠다고 시사한 셈이다. 그는 “여러 정황상 나토 조약 4조(공동 대응을 위한 상호 협의)를 발동할 필요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의약품 반기는 헤르손 주민들 - 1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주민들이 의료 자원봉사자가 나눠주는 의약품을 받기 위해 앞다퉈 손을 뻗치고 있다. 개전 이후 헤르손을 8개월 넘게 점령한 러시아군은 최근 퇴각하며 전력과 상수도, 통신 등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식료품과 의약품까지 약탈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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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와 미국도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나토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북대서양이사회(NAC) 직후 “전날 폴란드에 떨어져 폭발한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로 보인다”며 “이번 사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궁극적 책임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에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나토 동맹국들이 참가한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더 많은 정보 수집을 위해 폴란드 등 동맹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우리 그룹은 우크라이나의 자기 방어에 대한 통일된 지지를 계속해서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유럽연합(EU)과 나토, 발트 3국은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러시아의 공격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행사에 참석 중이던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은 “G20에 온 EU 지도자들에게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조정회의를 제안하겠다”고 했다. 그 직후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나토와 EU 정상들이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긴급 회담을 가졌다. 또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은 국가 안보 회의를 소집하고, 일제히 “나토 영토를 수호하기 위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은 러시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국영방송과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 군의 보고를 토대로 그 미사일이 우리 것이 아닌, 러시아가 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 폭발 현장에 대한 공동 조사가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가 폭발 현장에 대한 접근을 이미 승인받은 것으로 믿는다”고도 언급했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우리는 이번 사건이 러시아 소행이라는 증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문제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이라는 근거를 협력국들(폴란드와 미국)이 공유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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