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볼모로 국경·마약 문제 해결하려
멕시코 등 대책 없으면...관세 적용될 듯
'북미 수출 전초 기지' 멕시코 진출 기업 벌벌
관세 인상 땐 멕시코 내 생산량 줄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8월 22일 후보 시절 멕시코에 접한 남부 국경 지역인 애리조나주 시에라 비스타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에라 비스타= 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한마디에 한국 기업들이 또 한 번 떨고 있다. 수출 전진 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멕시코를 향해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 중간재는 물론 완성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게 불 보듯 뻔해졌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자가 발언을 철회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멕시코 대신 미국 본토를 선택해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기업들은 멕시코 생산 기지 증설 계획을 재검토하고 미국에서 만드는 물량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북미 자유무역 판 뒤엎는 '트럼프발 관세 폭탄'
멕시코 진출 주요 한국 기업. 그래픽=신동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 직후 '관세 25%'를 물리겠다고 선포한 이웃 국가는 캐나다와 멕시코다. 이 중 멕시코는 여러 한국 기업들이 북미 수출 전초 기지로 삼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USMCA)을 체결해서 기업들은 멕시코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미국, 캐나다로 수출할 경우 '무(無) 관세' 혜택을 누렸다. 이에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멕시코에 투자했던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등 2,000여 개다. 한국의 대멕시코 투자액도 지난해 7억5,400만 달러(약 1조604억 원)로, 일본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두 번째로 많다.
트럼프 당선자의 관세 발언을 두고 "북미 시장의 자유무역 판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란 평가가 뒤따른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당선자는 높은 관세를 예고하며 두 국가를 향해 국경, 마약 문제를 언급했다"며 "자유무역 시스템을 볼모 삼아 자국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멕시코, 캐나다가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대응을 하지 않으면 25%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트럼프 당선자 뜻대로 외국 기업들이 미국 본토에서 생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생산량 조절 검토하는 기업들..."예의 주시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6월 18일(현지시간) 후보 시절 위스콘신주 러신에서 열린 유세에서 슬로건인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쓰고 자신 있는 몸짓으로 연설하고 있다. 위스콘신=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주요 기업들도 멕시코 관세 인상 여파를 바삐 계산하며 생산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USMCA를 염두에 두고 멕시코에 지은 삼성전자, LG전자의 TV·모니터 공장들은 생산량 조절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신 트럼프 1기 때 '세탁기 관세 폭탄'으로 미국에 만들어 놓은 생산 거점(사우스캐롤라이나주, 테네시주)에 라인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도 관세 인상 여부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기아는 멕시코에서 소형차를 중심으로 15만 대가량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관세 인상이 현실화하면 완성차의 미국·멕시코의 생산량 조절, 판매 지역 전환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주로 하는 기업들의 셈범은 복잡하다. 자사 제품 공급처가 미국일지 멕시코일지에 따라 생산 계획 조정 폭에 차이가 난다. 멕시코 내 완성차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하는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같은 부품사들은 관세 영향을 직접 받진 않지만 미국 테슬라 등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는 멕시코 생산 공장 건설 계획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