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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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만에 우크라이나가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되찾은 가운데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향후 협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협상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미국의 우크라이나 협상 압박설에 선을 그은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을 만나 헤르손 탈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블링컨 장관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 수행을 위해 프놈펜을 방문 중이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양국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계속 성과를 거두는 상황에 대해 논의했고, 블링컨 장관은 어떤 협상이든 그 시기와 내용은 우크라이나의 결정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대통령 수행을 위해 캄보디아로 가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거나 지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 압박설을 일축했다. 지난 6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설리번 보좌관이 최근 몇 달 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을 위해 러시아와 극비 대화를 해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줄리앤 스미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미국대사도 이날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레 셀라>에서 “우리는 협상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권한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어느 시점에 협상이 있을 것이라 희망한다”면서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전쟁이 협상을 통해 끝나야 한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미스 대사는 나토와 미국이 우크라이나군 지도부와 매일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군사 전략을 공유하지만 최종적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이 8개월 이상 장기화하자 최근 두 나라간 협상론이 불거져나왔다. 지난 5일 <워싱턴 포스트>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에게 러시아와의 협상에 열린 자세를 보일 것을 은밀히 권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지원 피로감으로 인한 국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 대화할 것을 압박한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8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집트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압박설을 부인하며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 등 다섯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러시아와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크어사용국기구(OTS) 정상회의 참석 후 기자들에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수일 내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와 대화하게 된다면 평화협상을 위해 러시아가 어떤 조처를 취할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린 흑해 곡물 협정처럼 이곳 평화를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견해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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