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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피해액 1조6000억…‘라임 몸통’은 어떻게 전자팔찌 차고 풀려나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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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의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합니다.

조선일보

지난 9월 2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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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피해액 1조6000억원대로 추산되는 이른바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오다 결심 공판이 예정됐던 11일 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했습니다. 위조 신분증까지 만들며 도피하다 검거된 김 전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전자발찌가 아닌 ‘전자팔찌’를 찬 것도 모두 생소하게 들리는데요. 어찌 된 일인지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보석’이 뭔가요?

형사소송법에서는 구속된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다시 인신의 자유를 회복시켜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구속됐지만 아직 재판에 넘겨지기 전인 피의자는 구속적부심사제도가,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는 보석제도가 있습니다.

◇보석은 누가 청구하고 어떤 경우 받아들여지나요?

보석에는 ‘필요적 보석’과 ‘임의적 보석’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95조는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보석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허가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피고인이 보석을 청구했는데 허가하지 않을 만한 사유가 없는 경우 이를 ‘필요적 보석’이라고 합니다.

예외 사유로는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등 6가지가 있습니다.

현재 김 전 회장은 1000억원에 달하는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선 횡령액이 50억원이 넘는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 전 회장은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에 해당해 ‘필요적 보석’ 대상자가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보석이 된 건가요?

‘임의적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형사소송법 제96조에선 “필요적 보석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보석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합니다.

법원은 김 전 회장의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 건데요. 라임펀드 사태는 1조6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을 일으킨 사건이고, 이 사건의 다른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은 징역 20년을 확정받았습니다. 김 전 회장의 보석 여부는 법원의 재량 판단의 영역이긴 합니다. 하지만 법원이 왜 인정했는지는 궁금한 대목입니다.

◇김봉현 전 회장이 부착했다는 ‘전자팔찌’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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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조건부 석방) 대상자에게 스마트 워치 형태의 전자 팔찌를 채우는 전자 보석 제도.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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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4일 전자장치부착법을 개정하면서 “보석조건으로 피고인에게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해당 조문은 2020년 8월 5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아직 유무죄를 확정받지 않은 피고인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건 인권침해 여지가 높다는 지적에 따라 손목시계형 장치인 팔찌를 부착하기로 했습니다. 손목시계는 액정표시장치 화면에 디지털시계가 표출되는 등 시중 스마트워치와 유사하게 제작됐습니다. 24시간 위치를 파악하고, 훼손하면 경보가 울립니다.

김 전 회장이 착용했던 팔찌는 11일 오후 팔당대교 남단, 인적이 드문 도롯가에서 마지막 신호가 잡혔습니다. 팔찌를 끊고 도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자장치는 마음먹고 도망가는 자를 근원적으로 방지할 수는 없습니다. 애당초 도망의 우려가 있고, 중형이 예상되는 피고인에게 보석을 허가할 때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번 김봉현 전 회장의 도주, 어떻게 보시나요?

법원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 판단이 재량의 영역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도주 사건은 아쉬운 대목이 많습니다. 검찰은 다른 범죄사실로 김 전 회장에 대해 2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영장전담판사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최후 수단으로 김 전 회장 보석 취소를 법원에 청구했습니다. 김 전 회장의 밀항 가능성도 이야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은 무죄추정을 받습니다. 그래서 불구속 재판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피고인 권리 보장 이면에는 ‘정의 실현’이라는 공익도 있습니다. 한쪽 편만 들어주면 ‘정의의 공백’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다 법원의 ‘재량 판단’의 영역에서 발생했습니다. 정의 실현은 똑똑한 판단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탁월한’ 판단에서 실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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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조선DB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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