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한 때 비트코인의 가격이 1만 7000달러 선으로 내려갔다./자료=코인마켓캡 |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가격이 급락했다.
9일 가상화폐 정보 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한국시간 오전 4시 30분쯤 시가총액 1위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1만 7063달러에 거래돼 1만 8000달러 선이 붕괴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 800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0년 11월 이후 2년만이다. 이날 시총 2위인 이더리움도 24시간 전보다 16% 하락한 1300달러대에 거래됐고 문제가 된 FTX가 거래를 지원해온 가상화폐 솔라나는 25% 이상 급락했다. FTX가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코인 FTT토큰은 80% 폭락했다.
최근들어 가상화폐 시장이 흔들린 것은 FTX가 유동성 위기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지난 2일 FTX의 투자펀드 자회사인 알라메다 헤지펀드의 대차대조표를 입수해 자산 대부분이 FTT토큰으로 이루어져있다고 보도했다. FTX가 FTT토큰을 발행하면 알라메다가 사주는 식으로 시장을 조작했다는 의혹이었다. 이는 FTX의 재정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어 지난 7일에는 FTX의 경쟁사이자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CEO 자오창펑이 FTT토큰을 모두 팔겠다고 발표했다. 자오창펑의 FTT토큰 청산 선언은 시장이 의혹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FTX에서는 자오창펑의 발표 직후 일종의 뱅크런(고객이 거래소의 유동성을 불신해 일시에 자금을 인출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가상화폐 시장 전반이 흔들렸다.
FTX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자 처음에는 FTT토큰과 관련된 의혹을 ‘거짓’이라고 일축했던 뱅크먼-프리드 FTX CEO가 자오창펑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바이낸스는 8일 FTX 인수 계획을 밝히며 혼란을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인수 거래가 실제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이 퍼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잠시 반등했다 다시 추락했다.
디지털자산운용사 아르카의 제프 도먼 최고투자책임자는 9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시장의)불투명성이 불거진 것”이라며 “FTX가 모든 인출 요구를 즉각 이행하지 않아서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일이 유동성 위기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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