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리·EU 집행위원장 공동기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4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을 ‘마셜 플랜’에 빗대며 “앞으로 몇 세대에 걸쳐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지금 당장 해결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마셜 플랜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유럽 재건을 위해 약 130억달러를 투입했던 원조 계획이다.
25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전문가 콘퍼런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주요 7국(G7) 및 주요 20국(G20) 대표단과 국제기구 대표들은 주거 시설과 학교, 도로, 다리, 에너지 공급 시설 복구 등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 계획을 논의했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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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력망 등 기반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가운데, 서방 동맹국들이 전쟁으로 초토화된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25일 독일 베를린에서는 주요 7국(G7)과 주요 20국(G20) 대표단을 비롯해 여러 국제기구 대표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전문가 콘퍼런스’를 열었다. 숄츠 총리는 “앞으로 수십년 동안 우크라이나의 복구, 재건, 현대화를 위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계속 확보할지 논의하기 위해 열린 회의”라며 “독일의 역사에 비춰봤을 때, 재건은 언제든 가능하다. 지금 당장 시작해도 좋다”고 했다.
세계은행(WB)과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공동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3490억달러(약 501조원)로 추산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2000억달러)의 1.5배 수준이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심과 전력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퍼붓기 전에 추산한 것으로 전쟁이 길어질수록 피해 규모와 재건 비용도 늘어난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23일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피해가 이미 7500억달러(약 1077조원)를 넘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제통화기금(IMF)·WB 연차총회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내년에만 총 570억달러(약 82조원)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료 및 사회복지 사업에 380억달러, 전쟁으로 파괴된 학교·병원·주택 등 주요 시설 복구에 170억달러, 에너지 인프라 시설 복구 등을 위해 20억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내년 우크라이나에 매달 30억~40억달러의 자금 조달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IMF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본격적인 기금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초 우크라이나에 13억달러 긴급 자금 지원을 승인한 IMF는 올 연말까지 총 5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할 전망이다. EU도 내년 매달 15억유로씩, 총 180억유로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WB는 24일 우크라이나에 5억달러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WB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총 130억달러의 긴급 기금을 마련했고, 현재까지 114억달러를 제공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러시아는 겨울을 앞두고 수도 시설·전력망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기반 시설을 대규모로 파괴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국민을 더욱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이번 긴급 지원은 필수적인 정부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독일 정부가 발주한 독일 마셜 펀드의 보고서가 서방 주요국 사이에서 비공개로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주요 7국(G7)이 우크라이나 조정관을 임명해 재건을 감독하고, WB·IMF 등 기존 금융기관을 통해 적시에 자원을 투입하는 등의 방안이 담겼다. 보고서는 “국제적 관심도가 점점 떨어지면 결국 EU 국가들이 주요 공여국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 안보에, 다른 나라들은 복구와 재건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자국 내 경제 문제도 감당하기 어려운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천문학적인 재건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 국가의 장관은 NYT에 “우리 국민을 먼저 챙겨야 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 마련을 위해 무작정 부채를 늘릴 순 없다”고 했다.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일부 국가는 서방의 제재로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몰수해 재건 비용을 마련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는 법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사업과 민간 투자를 연결하고 적절한 자원이 투입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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