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경쟁에 돌입했다. 단순히 종목 추천뿐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일임형 상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증시 부진으로 거래대금이 급감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리테일 서비스 강화에 기대감을 비치는 가운데 일각에선 관련 규제나 제도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
KB·미래에셋,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연달아 출시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이달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콴텍과 연금저축 서비스를 출시했다. 일임계약을 통해 자동으로 투자와 리밸런싱이 이뤄지는 서비스다.
비슷한 시기 KB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인 파운트와 자문형 연금저축 상품도 선보였다. 파운트에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면 고객이 이를 보고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다. 포트폴리오의 70% 이상은 패시브 자산배분 전략으로 미국 주식시장 지수의 장기 성장을 추종하며, 30% 이하는 액티브 방식으로 운용된다.
아울러 미래에셋증권 역시 지난달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했다. 외부 업체와의 협업 대신 자체 제작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투자성향에 따른 5가지 유형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고객별 가입시점, 매매내역, 계좌잔고 현황에 따라 다른 포트폴리오가 적용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조언자)의 합성어로, 알고리즘에 의해 시장상황과 투자자성향을 분석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운용해주는 서비스다. 국내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등장한 건 6년 전이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개인투자자 유입이 많아지면서 최근 증권업계에서 본격적으로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거나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종목 추천에 머물렀던 서비스의 범위는 연금, 랩 상품 등으로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달 삼성증권은 자체 제작 AI를 기반으로 주식 포트폴리오 서비스인 '굴링'을 선보였다. 신한투자증권은 신한AI에서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활용해 랩과 펀드상품으로 판매 중이다. 또한 콴텍, 쿼터백과 같이 자산배분형 랩 서비를 내놨으며 구독형 서비스인 투자플러스 내에 AI 알고리즘 기반의 로보스탁 서비스도 출시했다.
하나증권은 글로벌 자산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를 AI가 분산 투자해주는 로보랩을 출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콴텍과 손을 잡고 한화 AI 알고리즘랩을 선보였다.
고객 유입 기대감...제도 개선은 과제
금투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통한 고객 유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이용률은 다소 떨어지지만 트랙레코드를 잘 쌓으면 자연스럽게 이용자 수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상품의 다양성 경쟁, 저렴한 수수료 경쟁을 해왔지만, 이제는 AI 기반 초개인화 맞춤 자산관리 서비스 퀄리티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서비스 초기 단계인 만큼 소비자 보호 강화 등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품추천형 로보어드바이저는 코스콤의 테스트베드센터의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고 투자자문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더욱이 정보제공형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법적으로 자문이 아닌 조언을 제공하는 것으로 금융상품 판매나 투자자문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로보어드바이저 가입자가 많아지고 그 수요가 계속 증가할수록 금융소비자가 로보어드바이저를 오인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대규모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관련 규제와 감독 체계를 동일행위 동일규제 원칙에 입각해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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