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군 드론 공격으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해당 드론이 이란산 군사용 드론 샤헤드-136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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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본격적인 군사적 동맹으로 발전하며 급격히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두 나라 모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극단적으로 갈등을 빚는 상황에 군사와 경제 등 분야에서 최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빠르게 심화하는 것이다. 두 나라가 상대방 지원을 믿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핵 문제 등에서 극단적 행보를 계속할 경우, 국제 평화와 안정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 시각)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무기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 공격용 자폭 무인기(드론)를 보낸 데 이어 지대지 미사일 공급에도 나서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이란 국영 무기 업체들은 최근 사거리 300∼700㎞ 단거리 탄도미사일 ‘파테-110′과 ‘졸파가르’를 러시아로 보내기 위해 선적할 준비를 하고 있다. WP는 “최근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보 관리들 사이에 이와 같은 첩보가 공유됐다”며 “만일 사실로 확인되면 러시아에 대한 이란의 첫 미사일 공급”이라고 밝혔다.
드론 공급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WP는 “정보 관리들에 따르면 이란이 미사일 공급과 함께 ‘샤헤드-136′과 ‘모하제르-6′ 등 공격용 드론 수십대를 추가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지난 몇 주 새 이란 기술자들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들을 방문, 드론 운용 교육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보냈다는 서방 뉴스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전쟁 당사국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남부 최대 항구도시인 오데사, 자포리자 원전 인근 등에서 이란제 드론의 잔해가 발견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이란의 드론 공급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현지 시각) 이란제 공격용 드론 ‘샤헤드-136′으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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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란제 무기 공급이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돌아가던 전황을 또다시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이 제공한 장거리 포병 무기를 앞세워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지역을 탈환해 왔다”며 “이란의 지대지 미사일 공급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공세에 맞서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가 (크게 줄어든) 무기 비축량을 늘리고 정밀 유도 무기 공급도 재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올해 여름부터 심각한 장거리 무기 부족에 시달려 왔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반도체 등 첨단 부품 조달이 끊겨 미사일과 드론 생산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영국 국방부는 이를 근거로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 재고가 거의 바닥났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는 그러나 지난 10일 크림 대교 파괴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 20곳에 수백발의 미사일을 퍼부었다. “이란의 미사일 공급을 믿고 한 공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 등은 “이란과 러시아 양국의 드라마틱한 협력 관계가 서방 진영에 새로운 위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과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적대 관계였다. 19세기에는 현재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 아르메니아 등의 영토를 놓고 분쟁을 벌였고, 20세기 초에는 소련군이 이란 북부에 진주해 공산 괴뢰 정부를 세우기도 했다. 1979년 등장한 이란 혁명 정권은 공산주의가 무신론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소련을 ‘악의 세력’이라고 천명했고,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시아파계 무자헤딘 반군을 지원하기도 했다.
두 나라는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적대 관계를 청산했다. 사실상 반군 편을 든 서방에 맞서 양국 모두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 지원에 나섰다. 또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싸고 서방의 대이란 제재가 본격화하자,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러시아가 이란 편에 섰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10여 차례 이뤄지면서 2018년 이란 서부 유전 공동 개발 프로젝트 등 경제 협력이 시작됐고, 지난 8월에는 이란의 지상 관측 위성을 러시아가 발사하는 등 우주 협력에도 나섰다. 러시아는 교착 상태에 빠진 이란 핵 협상(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복원 문제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란 편을 들고 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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