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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K팝 시스템과 일본 마케팅 관록의 결합···모방 시기 거쳐 새 것 창조할 것”[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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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합작 엔터사 라포네 최신화 대표

일본판 ‘프로듀스 101’ 제작·JO1과 INI 매니지먼트

“CJ의 큰 그림, 요시모토의 세밀함 시너지”

경향신문

CJ ENM과 일본 요시모토 흥업이 합작해 만든 엔터테인먼트사 ‘라포네’의 최신화 대표.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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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옥토파스’(OCTPATH)의 ‘얼굴 천재’입니다!” “저는 ‘막내’입니다. 저희를 기억해주세요!”

지난 1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의 ‘케이콘(KCON) 2022 저팬’ 콘서트장.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 속 무대에 오른 일본의 보이그룹 옥토파스 멤버들은 서툰 한국말로, 그러나 익숙한 ‘K팝의 언어’로 스스로를 소개했다. ‘얼굴 천재’란 K팝 팬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말로, 뛰어난 외모를 지녔다는 의미다. 최연소 멤버를 뜻하는 ‘막내’는 아이돌 개인의 캐릭터는 물론 멤버 간 관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다. 이처럼 K팝 아이돌계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자기 소개가 현지 아이돌 멤버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이다. 옥토파스는 2021년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저팬>에서 아쉽게 탈락한 출연자 8명이 결성한 팀이다.

K팝 DNA의 일본 ‘이식’일까, K팝도 J팝도 아닌 제3의 장르일까. 한국식 시스템과 일본식 마케팅 관록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흐름이 열리고 있다. ‘현지화 아이돌’을 비롯한 K팝 산업의 최신 전략은 무엇으로 이어질까. 한·일 양국의 대표 엔터기업의 합작회사인 ‘라포네’(LAPONE)를 이끄는 최신화 대표를 지난 16일 도쿄 오다이바의 케이콘 현장에서 만나 활발한 ‘결합’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라포네는 CJ ENM과 일본 요시모토 흥업이 2019년 설립한 엔터테인먼트사다. 오랜 음악 관련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쌓은 CJ와 일본 인기 코미디언들의 소속사로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요시모토가 손을 잡은 것이다. 최 대표는 요시모토 흥업에서 23년간 일한 직원 출신이다.

지난 5월로 설립 3주년을 맞은 라포네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2019년과 2021년 엠넷의 대표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의 일본판 시즌 1, 2를 제작했다. 두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보이그룹 JO1과 INI의 매니지먼트도 맡고 있다. 두 그룹은 앨범을 내는 족족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현지에서도 탄탄한 인기를 구축하고 있다. 케이콘 1, 2일차에 각각 출연한 두 그룹의 인기는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일하는 방식도, 문화도 다른 두 기업이 협업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최 대표는 “협업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두 회사가 서로를 신뢰하고 있어 큰 어려움 없이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장기를 지닌 두 기업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시너지가 더 컸다고 했다. “CJ의 경우 큰 그림을 그리고 움직인다는 느낌이라면 요시모토는 작은 부분도 세심하게 챙긴다는 느낌입니다. 라포네는 CJ의 크리에이티브한(창의적인) 면, 요시모토의 프로모션 능력에 의존합니다.”

풍부한 해외 진출 경험을 통한 CJ의 기획력과 요시모토의 탁월한 일본 국내 시장 마케팅 실력이 합쳐진 결과가 현재 두 그룹의 성공이라는 것이다. 최 대표는 “3년간 고생도 많이 했고, 처음 <프로듀스 101>을 제작한다고 할 때 ‘가짜’라는 욕도 많이 먹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방송이 되자 좋은 반응이 나왔다. 업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을 통해 데뷔한 INI와 JO1에게도 데뷔 당시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붙었다. K팝 그룹을 그저 ‘따라할 뿐’이라는 비판이었다. 두 그룹의 음악은 기존 일본 보이그룹의 것과 사뭇 다르다. 스타일링이나 안무 또한 K팝 보이그룹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두 그룹의 트레이닝부터 곡이나 안무 모두 한국 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거쳐야 하는 단계라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 모방이 필요합니다. (INI와 JO1이) K팝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K팝으로 머물기보다 저희에게 맞는 새로운 색깔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년 넘게 일본의 ‘엔터업계’에 종사해온 최 대표가 K팝 시스템의 일본 진출을 바라보는 감회는 남다르다. 그는 한국이 일본의 방송, 대중음악을 표절하던 시절부터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 2000년대 초반 한류의 시작, 2020년대 K팝이 주류 장르로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변화를 지켜봤다. 최 대표는 지금의 K팝을 위해 과거 일방적인 ‘모방’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본다. 그는 “지금 K팝이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일 합작의 결과물 또한 같은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국의 합작은 음악 외에 콘텐츠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5월 네이버웹툰의 일본 계열사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와 손잡고 일본 내 조인트벤처(JV) ‘스튜디오드래곤 재팬’을 설립했다. 드라마 등 콘텐츠를 통해 일본 드라마 시장을 이끌 계획이다.

양국 관계는 냉온탕을 오가지만 최 대표는 문화 교류는 막을 수 없다고도 말했다. 라포네가 설립된 2019년은 수출 규제로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된 시점이었다. 이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양국 관계는 여전히 긴장 상태에 머물고 있다. 최 대표는 “한·일관계는 늘 좋다 안 좋다 반복됐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문화교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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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네 소속 11인조 보이그룹 JO1이 지난 15일 도쿄 오다이바에서 열린 ‘케이콘(KCON) 2022 저팬’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JO1은 2019년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PRODUCE 101 JAPAN>을 통해 결성됐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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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 |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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