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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래선 못 버틴다" 인증받고도 사업 접는 유전자 검사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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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C 유전자검사 인증제 도입 후

5개 기업 중 1개 꼴로 사업 중단

"사후 통제 과도··· 韓기업 역차별"

건기식 등 2차 사업 연계도 막혀

질병 예측시 재정 절감에도 기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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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소비자대상직접시행(DTC) 유전자 검사 역량 인증제’를 도입한 뒤 사업을 중단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산업을 키우기 위해 실시한 제도가 오히려 과도한 부담을 지워 기업들을 고사시키는 모양새다. DTC 유전자 검사는 시장 잠재력이 큰 데다 질병 예방으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만큼 더 적극적인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현재까지 DTC 유전자 검사 인증을 받은 총 15개 기업 중 바이오니아(064550)가 올 8월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엔젠바이오(354200)도 최근 인증 포기를 결정했다. 올 상반기 인증을 갱신하지 않은 지니너스(389030)까지 포함하면 업체 5곳 중 1곳 꼴로 사업을 접은 셈이다. DTC 유전자 검사 역량 인증제는 관련 인증을 받은 기관만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도다. 관련법령에 따라 규정된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역량을 인증 받은 기업만 DTC 유전자 검사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인증을 받은 기업들까지도 과도한 사후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DTC 유전자 검사 기업 관계자는 “어렵사리 인증을 통과해도 고객 단위로 일일이 온·오프라인 등 판매 경로, 승인받은 항목 중 어떤 항목을 서비스했는지 신고해야 하고 홍보자료를 조금만 바꿔도 다시 승인받아야 하는 등 아예 사업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사후 통제가 심하다”며 “해외 기업은 오히려 국내에서 인증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업하는데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탓에 건강기능식품 등 2차 솔루션으로의 연계가 사실상 막혀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복지부는 올 4월 검사 결과를 활용한 건기식 판매와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을 허용했지만 현장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지적한다. 한 DTC 유전자 검사 업체의 대표는 “인증 업무를 위탁받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서 ‘맞춤형’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게 한다든지, 기업간거래(B2B)로 협업할 때 ‘검사 효용성을 오도한다’며 사사건건 지적해 실질적 상업화나 고용 창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인증을 받아도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항목은 영양, 생활습관 등으로 제한돼 있다. 복지부가 7월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DTC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분야에 ‘질병유사항목’을 추가하긴 했다. 하지만 암과 같은 구체적 질병보다는 콜레스테롤·혈압·혈당 등 일반적 건강 지표 수준에 머문다. 해외에서는 DTC 유전자 검사로 치매 등 유전 요인이 큰 질병을 사전에 예측해 발병을 막거나 늦출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규제 장벽의 이유로 의료계의 입김을 지목한다. 국내에서 질병 진단·치료 목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하려면 전문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DTC 유전자 검사 업체에서 질병 관련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게 되면 병원들의 중요 먹거리가 하나 사라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질병을 예측하지도 못하는데 재미 삼아 10만 원 넘게 주고 유전자 검사를 해보려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며 “국내에서는 큰 기업도 DTC로 매출 1억 원을 내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내 DTC 시장의 성장은 더디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은 글로벌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이 2021년 14억달러(약 2조 원)에서 2028년 33억 2000만달러(약 4조 6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내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유전자 검사를 통한 질병 예방이 국가 재정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이 시장에서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인증을 받은 DTC 유전자 검사 기업의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서 인증 절차를 부담스러워 하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오히려 시설·인력을 부담할 능력이 되는 기업들만 남아 소비자에게 긍정적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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