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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공감]샤머니즘이 더해진 ‘다크 트리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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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라는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신감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연설과 유세 내용에 충격을 받은 하버드대 주디스 허먼 정신과 교수가 제기한 문제다. 허먼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당선인인 트럼프의 정신감정을 요구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후 2017년 4월 하버드대 허먼 교수와 예일대 밴디 리 교수가 주축이 된 미국 정신과 의사들 20여명은 예일대에 모였고, ‘우리의 직업적 책임에는 경고할 의무도 포함되는가’라는 제목의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골드워터’ 원칙-직접 진료하거나 검사하지 않은 사람의 특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진단하거나 임상적 발언을 하는 것은 윤리를 위반하는 것-의 준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위험을 알리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핵무기를 포함한 중대 결정권이 있는 미국 대통령직을 ‘위험한 사람’인 트럼프가 맡는 상황에 대해 사회적인 경고를 했다. 그리고 추가된 100여명의 전문가들은 이 사회적 경고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트럼프의 위험성을 알리는 책을 펴내는 데 동참했다(우리나라에서도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라는 제목으로 2018년 번역·출간됐다). 그리고 이들은 골드워터 원칙보다 ‘타라소프’의 원칙-환자가 사회적 범죄를 모의하거나 계획한 경우, 환자와의 비밀 준수보다 사회적 안전을 우선시하여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옹호했다. 이 그룹의 활동에 공감한 무려 1700여명의 미국 정신보건전문가들이 모여 ‘경고의 의무’라는 단체를 만들어 트럼프의 위험성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왜 위험하다고 했을까? 그들은 트럼프가 일명 ‘다크 트리아드(Dark Triad)’, 즉 ‘어둠의 성격 3요소’를 모두 갖고 있어서라고 했다. 첫째, 병적인 자기애에 빠져 있고, 둘째, 조작과 거짓말에 능통한 마키아벨리적인 사람이고, 셋째, 양심과 책임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포풀리즘을 동원하여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반사회적 경향이 강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당시의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미국 및 국제사회에 큰 위험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의 이런 지적과 경고는 미국 국민들과 민주당에 통찰을 주고 심지어 공화당 내 간부들의 동의도 이끌어내어, 트럼프의 독주를 제지하는 데 일부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문제는 지금 우리다. 우리는 위험하지 않은가? 현재 많은 외국 전문가들은 우리의 최고 지도자의 취임 이후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분노 수위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다크 트리아드보다 더 심각하다는 전문가들도 있는데, 그들은 우리 최고 지도자를 둘러싼 그룹에 다크 트리아드 외에 샤머니즘이 추가된 것이 아닌가 우려한다. 손에 왕(王)자를 쓰고, 집무실을 이전하고, 사이비 교주들과의 만남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크고 위험한 문제가 최근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로 인해 많은 시민이 탄핵을 언급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것은 바로 ‘아내의 섭정’이다. 도대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누구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핵심 권좌에 두 개의 보고라인이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공천과 정부의 요직 인사 등에도 아내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제기되고 있다. 보수 언론매체에서도 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오빠가 무식해서 그래’의 오빠는 그 오빠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국민들의 의구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가의 미래에 큰 어둠이 드리워졌다. 의료대란에 이어 복지대란, 교육대란이 예고되어 있다. 샤머니즘이 더해진 다크 트리아드에 공직 사회엔 복지부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국가가 위태롭고 국민의 평화가 위험하다.

경향신문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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