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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술의 세계

“K&L뮤지엄은 미술과 음악의 만남…예술서 얻는 기쁨 나누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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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K&L뮤지엄 대표 인터뷰
남성셔츠 유럽 수출로 30년
일찍이 유럽 문화 접하면서
클래식·건축·와인 문화 섭렵
미술 전공 딸과 미술관 열고
광주비엔날레 미얀마관 기획
내년엔 와인박물관도 개관


매일경제

김성민 K&L뮤지엄 대표(SMK인터내셔널 대표)가 미술관이 내려다 보이는 모기업 SMK인터내셔널 사옥 테라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과천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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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뮤지엄은 ‘아버지와 딸이 함께하는 뮤지엄’이자 ‘미술과 음악이 함께하는 뮤지엄’입니다. 우리가 예술에서 얻는 기쁨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요.”

최근 개관 1주년을 맞은 경기 과천의 K&L뮤지엄의 김성민 대표(SMK인터내셔널 대표이사 회장·61)는 K&L뮤지엄이 대학 시절부터 클래식 음악에 푹 빠져 지내온 자신과 미술을 전공한 딸 김진형 K&L뮤지엄 디렉터가 의기투합해 만든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60세 넘어 새로운 즐거움을 만났다”며 “K&L뮤지엄은 이제 막 시작이다. 여기서 또 한 번의 모험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L뮤지엄은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총 면적 1300㎡(약 400평) 규모로 지난해 9월 모기업인 SMK인터내셔널 맞은 편에 둥지를 틀었다. 미술관 이름의 ‘K&L’은 김 대표의 성 ‘Kim’과 그의 아내의 성 ‘Lee’를 딴 것이다. 아버지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예술을 접하며 예중·예고를 졸업한 두 자녀의 영어 이름 ‘Kevin’과 ‘Lina’의 앞글자이기도 하다.

미술과 음악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K&L뮤지엄은 매 전시 오프닝 때마다 미술 작품과 어우러지는 음악 연주회를 열고, 전시장에서는 전시작과 관련된 음악이 흘러나온다. 평소 틈틈이 전시, 아트페어를 찾아 미술품을 수집하고 작가들을 만나기 위해 딸과 함께 세계 곳곳을 다닌다는 그는 “미술은 딸한테 제가 배우고 사업적인 부분이나 사람들을 만나는 데서의 중요한 것들은 제가 가르쳐주고 있다”며 “작가 선정과 전시 기획은 공동으로 한다”고 말했다. 현재 K&L의 소장품은 100여 점으로 일부는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그는 “정기적으로 소장품 기획전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개관전으로 열린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전위예술가 헤르만 니치(1938~2022)의 회고전은 김 대표가 집요하게 매달린 끝에 성사된 전시다. 대학 때 처음 접한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세계관과 그 음악에 감명받아 정기적으로 바그너 음악회·강연회를 여는 한국바그너협회의 이사로도 꾸준히 활동해온 김 대표는 니치의 ‘바이로이트’ 연작을 처음 접했을 때 “운명 같았다”고 했다. 니치가 2021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 예술감독으로 초청됐을 당시 퍼포먼스를 통해 완성한 대형 회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 길로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오가며 헤르만 니치 재단과 협의해 ‘바이로이트’ 연작을 포함한 작품 46점을 개관전에서 선보였다. 니치의 퍼포먼스 영상을 함께 상영해 당시 전시장엔 바그너의 오페라 음악이 울려 퍼졌다. “바그너의 인생이 녹아 있는 그의 음악만큼 저를 감동시킨 음악은 없었어요. 바그너는 제 인생의 스승이자 멘토 같은 존재입니다. 항상 어떤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눈앞에 있는 상황만 보고 그 흐름에 따라가기보다는 바그너의 인생처럼, 바그너의 음악처럼 늘 새로운 부분을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지난 인생은 모험의 연속이었다. 1985년 ㈜대우 무역부문으로 입사했다가 31살이 되던 1994년 회사를 나와 SMK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주로 남성 셔츠·남방을 생산해 유럽의 고급 브랜드 시장에 수출하며 사업을 키웠다.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ZARA)’가 대표적이다. 경쟁 업체들이 대부분 중국으로 향하던 2000년 미얀마에 공장을 설립했고, 2003년엔 과천에 사옥을 지어 서울에 있던 사무실을 이전했다. 제품 디자인·개발 능력을 갖춘 글로벌 ODM 회사로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덕분에 회사는 높은 품질을 앞세워 지난 2017년 연간 수출액 5000만달러(약 695억원)를 돌파했다. 자체 브랜드 ‘해리켄트(HARRY KENT)’와 ‘지비노(G.VINO)’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가 딱 설립 30주년이다. 처음 과천에 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모두가 잘한 결정이었다고 한다”며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관람객이 많지 않지만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랄지, 장기적으로 남들이 실현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K&L뮤지엄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윤종숙 작가 개인전 등 내년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오프닝 때 윤 작가의 ‘금강산’ 연작 앞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소프라노를 모시고 ‘그리운 금강산’ 음악을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미얀마에서 20년 넘게 공장을 운영해온 인연으로 지난 9월 개막한 ‘제15회 광주 비엔날레 파빌리온’에 초청돼 미얀마관 ‘금빛 땅의 유산: 포용의 어머니’ 전시를 직접 기획하기도 했다. 미얀마의 원로작가 아웅 민의 ‘엄마와 아이’ 연작에서 아이를 끌어 안은 포용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상실과 그리움, 사랑과 평화를 보여 준다. 김 대표는 “군부 쿠데타, 민주화 운동으로 미얀마 국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큐레이팅을 통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지금의 본사 사무실을 이전하고, 이 공간에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 중인 아들과 함께 와인박물관을 개관할 계획이다. SMK인터내셔널이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의 유서 깊은 와이너리에서 조금씩 수입해온 와인들과 와인에 깃든 문화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2011년 사옥 옆에 문을 연 스페인 레스토랑 ‘엘 올리보(EL OLIVO)’와 K&L뮤지엄, 와인 박물관을 연계해 일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라며 “와인 역시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예술이다. 사람들이 박물관을 통해 와인을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건축에도 조예가 깊다. 건축가 정수진 SIE건축 대표가 설계한 본사 사옥은 직육면체 형태의 일반적인 빌딩이 아니라 통창으로 뒷산 풍경을 끌어들이는 중앙 계단과 테라스가 딸린 쇼룸 등 유럽풍 건축양식을 살린 건물이다. K&L뮤지엄도 건축가 명재용 디아키즈 대표가 3개 층이 계단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중정이 돋보이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그는 “무역 일을 하며 일찍이 유럽 문화를 접하면서 100년, 500년 뒤를 바라보고 건물을 짓는 건축 문화가 부러웠다”며 “과천의 이 공간들도 다음 세대까지 연결돼 100년 이상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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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작가인 클라우디아 콤테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K&L 뮤지엄 전시장에서 김성민 K&L 뮤지엄 대표. 과천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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